▲1차 인도네시아 세월호참사 희생자 가족 간담회
박준영
'경찰에 신고하겠다' 협박까지... 끝내 터져나온 눈물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8개월, 더 이상 흐를 눈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획 당시 이번 간담회의 주제는 '슬픔을 넘어, 행동으로' 였다. 계속 울며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뉴스 보도로 세월호 참사를 접하는 것과 희생자 가족들을 직접 마주하여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각자의 '슬픔'을 처음으로 함께 공유하는 순간이었다.
보수적인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나누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세월호 이야기만 꺼내도 '정치적인 얘기하지 말라'며 입을 막았다. 이번 간담회 기간에도 일부 세력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방문을 문제 삼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인도네시아 재외동포들은 3년 8개월 동안 억눌렀던 슬픔을 이제서야 터트렸다.
가족들과 간담회 준비 팀은 당황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자제시킬 수도, 마냥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첫 간담회가 끝나고 간담회 준비팀은 다시 '슬픔'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다시 '슬픔'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내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서 그들은 간신히 슬픔을 이겨내며 행동으로 이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간담회장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한 간담회 진행자는 진행하는 동안 눈물을 꾹 참아오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내기도 했다. 우는 이들을 안아준 건 희생자 가족들이었다.
"울지 마세요. 힘내세요." 그 말에 아파 또 눈물을 흘렸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구호는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였다.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이제 함께 공유한 '슬픔'을 넘어서서 활동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숙제를 떠맡았다.
공항에서 희생자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노란 티셔츠를 입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에서 고 김관홍 잠수사가 남긴, "뒷일을 부탁합니다"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