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거대한 동상 앞에서 진행된 구미차인연합회원들의 '헌다례'는 참석자들의 경건과 흠모의 정이 이를 수 있는 절정을 보여주었다.
장호철
생가 앞에서 시민단체의 '유물전시관 건립 중단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욕설 섞인 비난을 해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경찰들이 이들을 둘러싸 간신히 충돌을 막았지만 사방에서 틀어놓은 확성기의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비난에 묻혀 시민단체의 회견문 낭독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박정희주의자'들이 잊은 것행사장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남 시장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의 '믿는 구석'일 것이었다. 그들의 지지는 박정희 사업을 펴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일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박정희주의자'들이 잊은 게 있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이제 소수가 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은 모멸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들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충고는 예사롭지 않다. 한 일간지에서 연재한 '박정희세대 관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남유진 구미시장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렇게도 꿈꾸는 경북도지사가 되고 싶다면, 박정희를 기리는 거대한 기념관을 짓고 동상을 세우는 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 안 된다. 박정희 정신의 핵심이 정말 '애민(愛民)', 그러니까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애민을 실천하는 데 그 돈을 써야 할 것 아닌가."그는 구체적으로 '박정희 시대에 가장 고생했던 가난한 어르신들 복지를 위해 2/3을 쓰고, 나머지는 그분들 손주 세대의 창업 등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정책 전환이 '경북도지사에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 시장이 가는 길을 거꾸로다. 그는 200억 유물전시관의 기공식에서 시원스레 한 삽을 뜬 것과는 달리 내년도 초등 무상급식은 올해보다 한 개 학년이 는, 1~3학년에 한해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경북 최대 도시 포항을 능가하는, 연속 7년 동안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해 온 구미시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다. 비록 학생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다른 시에서 실시하는 전면 무상급식이 구미에서 멈출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남 시장의 정치적 감각도 꽝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영석 영천시장은 '박정희는 영웅'이라고 추어올리는 점에선 남 시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올해 저소득층 지원에 그쳤던 초등학교 급식을 내년도에 전면 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남 시장과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현관에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을 때 남 시장은 시 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벌이고 있었다. 간담회에서 그는 '한정된 예산'을 이야기하며 전면 무상급식이 불가한 이유를 설명하려 했던 듯하다. 그는 자신이 '평등과 공정'을 중시한다면서 부유한 집 아이까지 무상급식을 할 까닭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