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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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왜 자꾸 일어나는가? 사실은 일어날 만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다섯 개의 법칙을 통해 설명한다. 법칙이라고는 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정리한 것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필연성의 법칙
아무리 확률이 작은 사건이라도 언젠가는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발행된 로또 전부를 사면 하나는 당첨된다. 충분히 여러 차례 시도하면, 주사위 열 개가 전부 1이 나오는 사건도 벌어지는 법이다.
광신도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 1,024명에게 내일 주가의 방향을 맞추겠다고 하고, 512명에게는 오른다, 다른 512명에게는 내린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 다음날에는, 전날 맞는 예언을 받은 512명을 대상으로 다시 반에게는 오른다, 다른 반에게는 내린다는 내용을 알린다. 이렇게 10일을 반복하면, 딱 한 사람은 당신을 예언가로 떠받들 것이다. 10일 연속으로 주가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했으니 말이다!
2. 아주 큰 수의 법칙
필연성의 법칙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아주 여러 차례 시도하면 아무리 작은 확률의 사건이라도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한 반에 생일이 겹치는 학생이 한 쌍 존재하려면 학생이 몇 명이나 필요할 것 같은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대략 366명 정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정답은 23명이다.
23명의 생일을 모두 다르게 정하는 경우의 수를 살펴보자. 우선 한 사람의 생일을 정한다.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 사람과 생일이 겹치지 않아야 하므로, 첫 번째 사람의 생일이 아닌 나머지 364일 중에서 생일을 골라야 한다. 세 번째 사람은 363일 중에서, 그리고 죽 이어가면 23번째 사람은 남은 343일 중에서 고르면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생일이 겹치지 않게 늘어설 확률은 364/365 x 363/365 x 362/365 x .... x 343/365 = 대략 49%가 된다. 즉, 23명이 모이면 그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두 명 이상 있을 확률이 51%로 절반을 넘는다.
두 주 연속으로 로또 당첨 번호가 같게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이런 일이 2009년 불가리아에서 벌어졌다. 언론은 "52년 로또 역사상 처음 일어난 기괴한 사건"이라고 보도했고, 체육부 장관은 조사를 지시했다. 정말로 누군가가 조작한 사건일까? 49개의 숫자에서 6개의 숫자를 조합하는 방법은 약 1400만 가지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4,400번 정도 추첨을 반복하면 똑같은 당첨 번호가 두 번 나올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커진다(조금 전에 한 생일 계산을 떠올려 보라). 매주 추첨을 할 경우, 85년이 걸리는 일이다. 불가리아에서는 이 사건이 조금 일찍 일어난 것 뿐이다. 다시 말해, 극악의 확률이 현실화된 것이 아니고, 그냥 낮은 수준의 확률을 가진 사건이 일어난 것뿐이다.
3. 선택의 법칙
10개의 과녁 모두 정중앙에 화살이 하나씩 꽂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선 화살을 마구 벽에다 쏜 뒤, 나중에 과녁을 그린 것이었다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통계 검증이다.
앤설 키스(Ancel Keys)는 1978년 유명한 '7개국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포화지방 섭취가 심장병 발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저지방 식단에 대한 전 세계적 노이로제가 시작된 역사적 순간이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연구자들은 앤설 키스가 23개국 자료 중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결론'과 일치하는 일곱 개 국가의 자료만을 추려내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경제 예측도 선택의 법칙이 난무하는 각축장이다. 사람들은 적중한 예측은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억하지만 빗나간 예측은 쉽게 잊는다. 그래서 주가나 경제성장률을 예언하는 '전문가'들은 수많은 예측을 쏟아낸다. 100개의 예측 중 하나라도 맞으면 사람들은 적중한 예측만을 기억하고 그를 떠받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