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신웅
인생 최고의 시기인 청년기에 그녀는 늘 이방인처럼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녀를 지지하고 도울 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녀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지만, 당장에 지지체계가 되기엔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장녀로 자랐던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일을 하면서 가족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정신건강에 독이 되었습니다.
부모님 소유의 집도 있었지만, 매달 은행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였습니다. 그나마 있는 집에도 그녀가 지낼 공간은 없어서, 갈 곳 없던 그녀는 한동안 노숙인 쉼터에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집과 가족이 없는 전형적인 노숙인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분명히 '홈리스' 상태에 놓여있음에도, 원칙적으로 한다면 정신과 무료진료도 주거지원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상황이 더 나빠질 때까지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족의 도움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자신의 병을 알고 있고, 치료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꾸준하게 주치의와 관계 형성이 되어 있고, 치료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먼저 일자리 구하는 것을 돕기로 했습니다. 어떤 직종이 그녀와 어울릴까? 함께 찾아보기로 했지요. 우선은 일에 적응을 하기 위해 단순직종이면서 시간제 일이 좋겠다고 서로 의논이 되었습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담하는 동안 그녀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약간 들뜨고 좋아했습니다.
시간제로 일을 할 수 있고 그녀가 가진 여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노숙인 자립을 위한 카페가 있어 그녀와 함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카페의 분위기를 보고 직원들을 만난 후 일을 하기로 했으나, 그녀는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는 잘 맺을 수 있을지 걱정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녀를 이해하는 매니저 덕분에 그녀는 빠르게 적응해나갔습니다. 주문을 받고 메뉴를 외우는 것에 힘들어했던 그녀는 하나씩 천천히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