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오늘 사무실의 정수기를 무심코 살펴봤다. 그런데 물받이에 물이 가득하다. 직원들이 정수기를 사용하고 남은 물을 버린 것이었다. 물받이의 물은 거무스름하게 변해있고, 틈새마다 물때는 장난이 아니었다. 환경과 미생물까지 공부한 내가 가만있을 수 없었다. 일단 물받이부터 막았다. 그리고 이런 글귀를 붙였다.
"남은 물 버리지 마세요. 비위생적이고 세균이 증식해요." 그랬다. 되도록 필요한 만큼만 물을 따르고 위생적인 면까지 고려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직원들이 무심코 물을 가득 따르고 남은 물을 습관적으로 물받이에 버렸던 습관이 하루 만에 해결되었음은 물론이다.
정수기의 물받이는 취수구에서 떨어진 물이나 쓰고 남은 물을 버리는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잠깐 방심하면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고인 물에서 바로 세균이 자라는 것이다. 특히 물기를 좋아하는 '녹농균'까지 번식할 수 있다. 프렌치불독이 유명 식당의 대표를 물어 숨지게 한 그 세균이 바로 녹농균이다.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주로 번식하는 녹농균은 자주 씻지 않는 가습기나 정수기 물받이 등이 표적이 되기 쉽다.
보통 정수기 회사들은 정수기의 생명인 필터만 정기적으로 교환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필터관리를 잘하지 못해 세균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직수형 정수기는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없어 세균이 번식하거나 오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물을 외부로 공급하는 냉온수 꼭지와 물받이는 세균 번식과 오염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특히 물받이는 그걸 씻고 말리는 과정을 거의 안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 당장 사무실에 놓여있는 정수기의 물받이부터 확인하자. 1주일에 두세 번은 물받이를 깨끗이 비우고 씻어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아예 물받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를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은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