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유가족, 아이들 사진 들고 청와대로 행진세월호참사 유가족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년 1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11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 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사람이 바뀌고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니 사회도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 건 별로 없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안전공원 조성. 지켜보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해낼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반 동안 몸과 마음에 켜켜이 쌓인 분노와 슬픔을 잊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쳐 보였다.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져 3일간 입원을 했다. 참사 이후 생긴 병이다.
"잘 안 먹었어요. 안 먹혀서….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근육도 빠졌고요."달라진 건 몸 만이 아니다. 전 위원장은 "개인적인 것은 내려놨다"라고 했다. 참사 당일 저녁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으며 SNS 계정을 정리했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물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찬호 올라오는 날만 울었어요. 발인 날도 못 울었네요." 그해 여름 일부 유가족들이 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이후 선거에서 가족협의회 위원장으로 다시 뽑히면서는 즐기던 술도 끊었다.
"위원장 하면서는 술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엄마들 요구였어요. 아무래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당연한 요구였고 지금까지 한 잔도 입에 안 댔어요."
마음 놓고 울고 편하게 술 한잔하는 일상은 모두 미뤄뒀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 뒤로. 지난해 6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강제 종료되며 전 위원장의 마음은 한층 더 힘들어졌다.
천만 리본이 천만 촛불이 됐다"끝까지 싸우겠다"는 다짐에 "그래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이 더해진 건 지난해 10월 시작된 촛불 집회 이후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 가족들이 밝히고자 했던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대해 모두가 질문을 던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달라졌다고 피부로 처음 느낀 건 12월 3일 6차 촛불 집회 때입니다. 법원이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했죠. '여기까지 오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구나' 가족들이 참 많이 울었어요. 저도 마구 벅차오르더라고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다.
"'박근혜 탄핵 될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헌법재판소가 안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는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성취감도 느꼈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천만 서명 운동이 천만 리본 나눔이 되고 결과적으로 천만 촛불이 됐어요. 탄핵은 가장 앞에서 가장 처절하게 끝까지 버텨 준 우리 부모님들 노력이라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어요."
천만 촛불은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지만 달라진 게 많지 않다. "열 걸음이라고 하면 한 걸음 정도 왔다고 볼 수 있겠죠." 전 위원장은 참사 이후 가족들이 주장해 온 것 중 실현된 것을 단 네 가지 꼽았다.
학교 행사 중 사망한 경우 제적되는 대신 명예 졸업이 가능해진 것, 기간제 교사의 경우도 정규직 교사처럼 순직을 인정하도록 한 것, 미수습자 수습과 2기 특조위 출범 길이 열린 것 등이다. 지난 5월 9일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서한에 담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 등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