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믈랭 섬 유물트로믈랭 섬의 바다거북과 생존자들이 살던 유적이 재현되어 있다.
노시경
길이 1700m에 폭이 700m밖에 되지 않는 모래톱의 섬. 이 작은 섬에서 난파자들은 어떻게 15년을 살아남았을까? 바다만 보이는 트로믈랭 섬은 난파자들에게 공포의 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산호초로 둘러싸인 섬 주변에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 바다생물들이 그들을 삶으로 이끌었다. 섬 주변 바닷새와 바다거북이 그들의 목숨을 유지시켜 주었던 것이다. 실제로 트로믈랭 섬을 조사해 보니 그들이 먹고 버린 바다거북의 등껍질이 발굴되었고, 그 거북의 등껍질이 전시관 중앙에 전시되어 있었다.
트로믈랭 섬은 현대의 프랑스 후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발굴됐고, 그 유물들이 낭트 성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섬 인근 바다 속에서 발굴된 유물 파편들과 함께 섬의 땅을 파서 발굴한 유물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섬의 땅 속에서는 난파자들이 만든 주거지 유적이 마치 미로처럼 드러났고 그 유적이 전시관 안에 실물처럼 재현돼 있다.
유적 위에 재현된 그림 속에서 발굴단원들은 사람의 해골을 조심스럽게 발굴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 위의 모래 섬에서 진행되는 발굴작업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서 발굴 현장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전시관 어디에선가 들리는 인도양의 파도 소리는 전시관 내부를 몽환적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전시관 안, 트로믈랭 섬 안에서 하늘과 바다 쪽을 바라보는 영상이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구조의 손길이 오지 않는 무인도에서 이들이 보았을 바다와 파도소리가 마치 현실인 양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참으로 감탄을 나오게 하는 살아있는 박물관 전시였다. 나는 낭트 성 전시관에 들어왔다가 난데없이 인도양의 한 무인도에 떨어져 있는 듯한 감각 속에 들어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