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놀이터 인근 유흥업소에 대해 물어본 TV조선. 모자이크는 민언련(11/26)
민주언론시민연합
어린이 인터뷰 전에 그 질문과 대답이 어린이에게 끼칠 영향부터 생각해야이 인터뷰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생각해봅시다. 기자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향해 '유흥가가 놀이터 근처에 있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만약 어린이가 질문의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왜 그런 것을 묻는지 되물었다면 기자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어린이가 너무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면 기자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성인이자 언론인인 기자라면 어린이에게 놀이터 근처 유흥가가 있어서 '얼마나 어떻게 나쁜지 느낌을 말해보라'고 묻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어야 합니다.
또한 이 어린이 인터뷰는 해가 진 저녁 또는 밤 시간에 촬영되었는데요. 이 시간에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에게 접근해서 이런 질문을 하고, 이름과 학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얼굴을 그대로 공개한 TV조선 기자가 과연 인터뷰 전 보호자 동의를 구했을까요? 이 방송을 본 부모는 짐짓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불쾌감을 호소하지 않을까요? 혹여 보호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어린이 신상정보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이름과 학교, 학년까지 모두 공개한 것은 너무 부주의한 것 아닌가요?
해당 보도는 이후 대학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어린이공원을 취재하면서는 어린이가 아닌 인근 주민의 "너무 여기 모텔 이런 게 많아서 보기가 너무 안 좋아요. 걱정이 많이 돼요"라는 발언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정도 인터뷰만으로도 기자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전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안을 전하며 굳이 피해 당사자인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을 필요 자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 없는 '방송의 어린이 청소년 보호'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되는 제작 가이드라인인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도 어린이 인터뷰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있습니다. 제2장 방송제작 실무지침 중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관련해 <보호자의 동의> 조항이 바로 그것인데요.
관련 내용은 "어린이와 인터뷰하기 전에 부모나 법적인 보호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어릴수록 자신의 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어렵고 다루는 주제가 민감할수록 자신의 의사와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부모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일 어린이가 수업 중에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면 학교 측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입니다.
또한 <영향>이라는 조항에는 "제작자는 어린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자신의 가족에게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내용이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항상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항시 방송에 노출되어 있고 무비판적으로 방송의 내용을 수용하기 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니 TV조선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방송의 어린이 청소년 보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보도에서 어린이의 인권을 소홀하게 다룬 TV조선의 행태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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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인접 모텔촌 문제 전하며 어린이 인터뷰한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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