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강훈식 원내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심 부의장은 적폐 대상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며 적폐의 저항"이라고 못 박았다. 어처구니 없는 건 더불어민주당 뿐만은 아니었다.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거죠. 따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사안도 아닌 거 같고요. (심재철 의원의) 건강이 걱정이 되는 거죠. 특히 이제 정신과 쪽에 질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발상이 왜 나오는지 의심스럽고. 자유한국당 리더들이 지나온 과정에서 자신들이 모신 대통령이 무너지고 정권이 붕괴되는 것에 대해 반성할 거 반성하고, 끊을 거 끊고, 역사적 과정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고,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고 나오고 있다. 좀 더 가면 문 대통령에 대해 탄핵감이다,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요." 그렇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탄핵"을 주장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안타깝게도, 심 부의장은 이러한 과격한 주장과 언론플레이야말로 자유한국당이 적폐임을 자임하는 '자살골'인 동시에 적폐 세력의 저항의 몸부림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노 의원은 심 부의장의 '정신 건강'까지 염려하는 것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심 부의장의 '총기'가 온전하다면, 이제 불과 집권 7개월 차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운운이, 복수의 조사를 통해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불법 규정' 자체가 무리수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한편 심 부의장은 이날 "내란죄"는 물론 "점령군", "불법적 수사"라는 과격한 용어를 쓰는 동시에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 인권 유린 행태를 UN자유권위원회와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법적 인권 유린'이란 용어와 UN, 왠지 낯익은 수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갈수록 '인권' 운운하며 국제 사회를 향해 언론플레이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말이다. 형사고발 운운하며 "뜻 있는 변호사들을 모아 당 법률 대응 기구를 즉각 출범시켜야 한다"던 심 부의장의 진짜 속내는 결국 그 적페청산 작업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보수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심재철 부의장이 '문재인 대통령 내란죄'를 주장했던 같은 날, 같은 당에서 꽤 오래 동거동락한 나경원 의원이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 경선을 앞두고 홍준표 대표와의 대결구도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4선 나경원 의원의 이 '막말' 운운은 심 부의장의 '내란죄' 주장과 맞물려 꽤나 시의적절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정치가 '말의 잔치'라지만, 자유한국당과 '극우'와 '보수'의 막말 잔치는 극을 치닫는 느낌이다. '내란죄'는 그 절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막말과 망언들이 가리키는 것은 결국 그 말을 내뱉는 자들의 정치철학의 빈곤함과 크게 어렵지 않은 팩트 하나 확인하지 않는 게으름, 그리고 국민을 호도하는 언론플레이에만 능숙한 낡고 늙고 노회한 정치기술자들의 맨얼굴일 뿐이다.
그 막말과 망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대선에 나가고, 당 대표 자리에 오른 이가 바로 홍준표 대표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는 나 의원의 말에, 생애 최초로 적극 공감하는 바다. 이 말은 결국 홍 대표 뿐만이 아니라 '막말'과 '망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치인 일반에게 해당되는 말이기에.
더 이상 국민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지 마시라.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란죄' 운운하는 최악의 막말 정치는 이제 그만 거두시라. 결국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는 법이다. 자승자박으로 지지율 몰락과 국회의원의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으려면, 마약같은 '막말'과 '망언'으로 얻은 '반짝 관심'을 멀리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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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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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내란죄' 주장한 심재철의 막말과 나경원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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