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습 압수수색에 당황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SBS
"(압수수색) 영장 집행하러 나왔습니다."
"무슨 영장이요?"검찰의 허를 찌른 기습 압수수색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23번째 공판을 마치고 대기 중인 검은색 승용차에 막 올라타려던 참이었다. 때마침 그를 따라붙었던 방송사 카메라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그대로 잡혔다. '법꾸라지' 수사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한다. 그에겐 네 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날이다. 국정농단 때도 두 차례 구속 위기를 피하고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최근 국정원게이트에 발목이 잡혔다. 이례적인 기습 압수수색은 현직 검찰 간부를 통해 공범들과 말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나절 사이 완전히 달라진 표정우 전 수석은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추가 의혹이 여러 번 불거졌었다. 그때마다 그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였다. 추명호(구속 기소)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비선 보고'를 받은 혐의 관련 기습 압수수색을 당한 24일 오전에도 그랬다.
이날 공판 시작 전 피고인석에서 대기하던 그는 변호인에게 "전병헌이 온다고 (기자들이)나한텐 물어보지도 않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공판에 출석할 때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취재진의 질문공세가 같은 시각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몰렸다는 얘기였다. 바로 앞 방청석에서 출입기자들이 노트북으로 기록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한나절 뒤 벌어질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된 직후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태도였다. 지난 6일 취재진은 공판에 출석하는 그에게 "추 전 국장이 구속됐는데 '비선보고' 받은 혐의를 인정하시느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똑같은 질문 하느라 고생한다"였다. 우 전 수석이 두 번째로 출국금지 조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그는 관련 의혹을 캐묻는 취재진에게 "나한테 취재하지 말라"라며 반감을 드러냈었다.
그간 우 전 수석의 '여유'가 가장 드러난 곳은 법정 안이다. 검찰 출신인 그는 법정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을 직접 신문하며 스스로를 변호하는 데 적극적이다. 증인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증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결국 지난달 14일에는 이영훈 재판장으로부터 "분명히 경고하는데 증인 신문할 때 '액션'을 하지 말라"라는 호통을 들었다. 그날 우 전 수석은 신영선 공정위원회 부위원장의 증언을 듣던 중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첫 공판에서 "제가 이 자리에 선 건 대통령이 탄핵되는 비극적 사태를 왜 미리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국민의 존엄한 질책"이라며 유감을 표했던 태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포토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