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 책표지.
깊은나무(북오션)
여러 분야의 책들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그래도 '자연생태 분야'의 책들은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으로 구입하고 보는 책들도 있다. 그동안 자연생태 관련 많은 책들을 읽어왔음은 물론이다.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깊은나무 펴냄)는 이런 이유와 욕심으로 선택한 책이다. 작은 풀꽃, 나무 한그루가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는 늘 감탄스럽다. 내 삶의 중요한 화두가 되곤 한다. 같은 꽃이나 나무를 다뤄도 누가, 어떤 시각으로 다뤘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동안 참 많은 관련 책들을 읽어왔음에도 미처 모르고 있던 것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좋았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 중 누구에게든 들려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은 것은 바랭이와 바랭이를 먹는 소와의 치열한 생존전략에 관한 것이다.
바랭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오죽하면 농사짓는 사람들 사이에 "웬수 중에 웬수!" 식으로 회자되기까지 할까. 그런데 꿀맛에 가까운 단맛 때문에 짐승들이 좋아하는 풀이란다. 그렇다고 소에게 모조리 뜯어 먹히면 종족 번식에 실패할 것.
바랭이는 뜯어 먹히는 와중에 주변의 바랭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신호와 함께 소 혀를 따끔거리게 하는 독을 만들어 낸단다. 그래야 덜 먹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알아차린 소는 바랭이가 만들어낸 독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는 방법으로 뜯어 먹는단다. 치열한 생존전략이자 절묘한 공존이다.
외에도 보온재가 충분하지 않던 옛날에 박주가리 씨에 매달려 있는 털로 보온을 했다거나,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 식물에 일본식 이름을 붙이는 것에 위기를 느낀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아 우리식 이름을 붙이거나, 자생식물들을 기록했던 사람들 이야기 등, 흥미롭거나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식물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솔직히, '독도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야생화=내가 모르는 야생화들'이란 좀 특별한 기대를 하고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책은 언뜻 좀 시시해 보였다. 바닷가 식물들에 붙여지는 '갯' 또는 '섬'이란 글자들이 붙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꽃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다. 게다가 바랭이나 박주가리, 사철나무 등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 대부분. 눈길을 끌 정도로 예쁜 꽃 사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생태주권이 영토주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있다. '시파단 섬' 사례는 23년간 영토분쟁을 겪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두 나라는 시파단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계속 대립해 왔다. 독도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와 같다.시파단 섬은 전체를 돌아보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1961년 말레이시아가 등대를 세우면서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영유권분쟁은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고, 결국 지난 1998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소하였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멸종위기의 바다거북이를 복원시킨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야말로 '거북이' 덕분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917년부터 시파단 섬을 '거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거북이 알 채취를 막는 등 생태환경 보호에 노력한 점을 높이 산 것 때문이다. 거북이를 보호하는 것이 결국 영토 주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처럼 분쟁지역을 누가 관리하고 보전하였는가가 매우 중요하기에 우리가 우리 생물을 보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서문에서.하지만 이는 호기심으로 목차를 훑은 후 사진만 넘겨봤을 때의 지레짐작에 불과했다. 서문에서 생태주권에 대해, 그리고 이 부분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슴속에서 뭔가 쿵! 느낌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관련 책들을 읽어 왔음에도 독도의 생태주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기 때문이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바다거북이 사례처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그래서 최대한의 공분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책을 통해 생태주권의 중요성을 공감할수록 바람 많고 흙 귀한 독도에서 자라주는 식물들에 대한 고마움이 깊어졌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생태주권에 대해 일본이 모를 리 없을 것, 그렇다면 일본이 어떤 노력을 할 것인데?', '독도의 생태주권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등이.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박선주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와 같은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저자 박선주 교수는 현재 미국에 있어 메일과 30분 가량의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