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
유성호
- 수능을 보지 않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피아: "지난해까지 계속 기숙사에서 공부만 하면서 '인서울' 대학을 목표로 했어요. 저는 목 디스크, 우울증 등에 시달렸고, 심지어 친구는 울면서 쓰러져 병원에 가기도 했거든요. 그때 이상한 걸 느꼈어요. 사람들은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미래를 위해 포기하고 헌신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요.
집에 가면 맞거나 욕을 듣기 일쑤여서, 결국 집을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올해 초에 학교를 나오게 된 거예요. 그리고 '거부하우스'라는 셰어하우스에서 대학을 거부하는 분들이랑 같이 살게 됐고, 그분들이랑 어울리다 보니까 대학 거부까지 결심하게 된 거죠."
혜민: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12년을 다녔고, 대학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며 스스로 사는 교육을 배웠어요. 이곳에서 대학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많다고 느꼈고, 그것들을 포기하기엔 대학은 매력적이진 않더라고요."
- 현재의 입시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혜민: "모든 공부의 목표가 대학으로 가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문제죠. 모든 배움이 '대학 입시'에 관련된 게 아니면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삶에서 유익한 것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의 목적이 대학이라고 하면 학교를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실제로 친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지진이 나면 공부하다가 죽어야 한다'라고 말한대요."
피아: "계속 몸은 죽어나는데, 눈은 미래에 가 있어요. 현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드는 거죠. 완벽한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문제예요. 문·이과 통합 같은 정책 같은 걸 보면 전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대학입시 공부를 시키면서도 '독서 대회' 같은 것을 하면서 영미 문학 책을 읽으라고 해요. 그리고 경쟁은 계속 있는데, 자꾸 승리자가 되라고 하면 패배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 주변 친구들은 대학에 가잖아요.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혜민: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전학을 가서 대학가는 친구 이야기 들어보니까 경영학과를 간다고 하더라고요. 돈 잘 버는, 안전망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 써놓은 걸 보니까 다 거짓말이고, 포장된 내용으로 가득한 거예요. 그런 것 보면서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싶었어요.
그리고 연극영화과 지원한 친구들은 '공평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연기 실력보다는 외모를 중시하고, 학원 강사들이 외모 품평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요. 돈도 많이 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게 되면 부모님께 미안하니까 대학에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저렇게까지 미래를 위해 지금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야하나 싶었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피아: "한 친구가 수시를 보러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냥 너도 대학 거부해'라고 말했더니 '그래도 가야 하는데 어쩌겠어'라고 답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눈이 작은 걸로 학교나 집에서 엄청 지적을 받았어요. 그래서 대학 면접 보기 몇 달 전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옷도 사 입고 그랬어요.
충주에 있을 때는 다들 말하는 게 비슷했어요. '죽을 것 같다' '힘들어' '못할 것 같아' '이래도 안 되면 자살각' 등등. 친구가 그런 말들을 하면 저까지 고통이 느껴졌어요."
혜민: "저도 공교육 학교에 다녔으면 '대학이 아니면 갈곳이 없다'라고 생각할 거예요. 막막하니까 대학에 가긴 가야겠지만, 그것 자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크죠."
피아: "실제로 학교에서 '대학 가는 길' 이외에는 알려주는 게 없어요. 대학 안 가면 '쓰레기만 줍고 다녀야 한다' 이런 말도 해요. 대학에 가지 않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죽거나' '망하거나' '몸을 팔거나' 한다는 식으로 교육받아와요. 저도 처음에 집과 학교를 나왔을 때 '난 끝났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대학 거부 선언' 통해 내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