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 역사박물관.브르타뉴 공국의 대공이 살던 아름다운 성이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노시경
이 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이기도 하지만 브르타뉴의 대공이 일상을 살던 궁전이기도 했다. 그래서 성의 안쪽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긴 것이다. 무뚝뚝한 요새를 보다가 갑자기 우아한 고성의 응접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안으로 한걸음 더 들어갔다.
가방 등 소지품은 박물관의 물품 보관함에 모두 맡기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방을 넣고 열쇠를 잠그려는데 열쇠가 잠기지 않는다. 답답해서 지나가던 프랑스 청년에게 물어보니 보관함 바깥쪽이 아닌 보관함 안쪽에 유로화 동전을 넣은 다음에 열쇠를 돌려야 보관함이 닫히도록 되어 있었다. 보관함 바깥쪽만 보고 있었으니 그 안쪽에 동전 넣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알고 보면 너무 단순한 방법이지만 외국에서 처음 만난 물건들은 사람들을 가끔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리고 잘 모를 때에는 현지인에게 바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성 내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고성, 대공의 궁전은 브르타뉴 공국의 오랜 역사와 중세 시대를 반영하여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궁전은 1862년에 프랑스의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건축미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궁전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무수한 방들이 수직과 수평으로 길고 넓게 연결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왕정 몰락 후 오랫동안 이 성에는 3개의 작은 박물관이 들어와 있었다. 수많은 방들의 이 성은 15년에 걸친 대규모 복원작업 후에야 하나로 합병된 훌륭한 박물관이 되었다. 2007년 2월에 시민들에게 다시 문을 연 이 박물관의 32개나 되는 방 안에는 현재 800점 이상의 브르타뉴 지역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중세 유럽의 귀족생활을 엿보면서 성의 내부를 알차게 즐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