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박정훈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평창구스롱다운점퍼'는 거위 솜털80%, 거위 깃털 20%로 채워진 외투다. 14만 9000원에 판매되어 시중에 판매되는 동급 거위털 점퍼보다 절반 이상 싸면서도, 보온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평창 롱패딩의 판매처인 롯데백화점 측은 생산된 3만장 중 2만 3천장이 모두 팔렸고, 남은 7000장은 22, 24일, 30일 나눠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22일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영등포점, 평촌점, 김포공항점 네 곳에서 3천장이 풀렸다.
밤샘과 노숙을 감수할 만큼 평창 롱패딩이 가치가 있는 걸까? 시민 10여명에게 '구입에 도전한 이유'를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가성비가 좋다" "비슷한 제품들은 30만원 대다"라며 가격이 저렴한 점을 꼽았다. '희소성'이나 '올림픽 프리미엄'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은 드문 편이었고, '디자인'등의 요소를 꼽는 시민은 없었다.
친구와 함께 어제 오후 11시부터 기다려 259번 번호표를 받은 곽아무개(25, 남)씨는 "가격이 거의 반값이지 않느냐"며 "햄버거 3개 먹고 커피 마시면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한아무개(20, 남)씨는 "인스타그램을 보니 가까운 잠실점에선 이미 새벽 1시에 선착순 1000명 중에 600명이 줄을 서 있다고 해서, 새벽 3시쯤 영등포로 왔다"고 밝혔다. 평창 롱패딩을 사고 싶은 시민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대기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사람들만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75세 노인이라고 밝힌 여성은 "딸이 새벽에 자리를 맡아줘서 아침에 왔다"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제품 품질이 괜찮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착순 300명 안에 들지 못해 번호표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일찌감치 발길을 돌리기도 했지만, 계속 기다리거나 직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라인 밖에 계시는 분들, 마감됐습니다. 해산해주세요"라고 외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영등포역 근처에 산다는 소모방(71)씨는 "오늘 10시 반에 번호표 준다고 해서 6시 반에 왔는데, 옷 못 준다고 하더라"며 "어제 8시부터 기다렸다고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여기서 잤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문체부 장관 제대로 하라고 해.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옷을 몇 장만 찍는다는 게 말이 돼"라며 정부까지 비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잘 팔리라고 예상 못했다. 저희도 당황스럽다"며 "2주전부터 매장에서 팔고 있었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방송 나간 후에 팔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렵게 얻은 평창 롱패딩, 하지만 사이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