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요조가 책방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요조라고 합니다. 저는 뮤지션이고, 책방무사라는 작은 책방의 주인장으로 있고, 일년 넘게 책관련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장강명 작가님과 진행하고 있어요. 오늘은 뮤지션 요조가 아니라 책방무사의 대표 '요사장'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간단하게 내 새끼같은 제 책방을 소개하려 해요.
책방 무사는 서울 종로구의 계동이라고 하는 한옥마을 근처 언덕배기에 자리한 공간입니다. 여기에서 일년 반정도 운영하다가 얼마 전 제주도로 이사가면서 책방도 같이 성산 근처 수산리로 이전했어요. 한아름상회라는 간판도 떼지 않고 원래 있던 건물의 외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요, 오픈은 11월 중으로 예상하고 있어요(요조는 2018년 1월 현재 제주도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강연은 그 이전에 진행됐다. -편집자주) 요즘 오시면 공사를 하다 지친 저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리고자 하는 얘기는 제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방 주인으로 페미니즘을 조금씩 실천하는 일상에 대해서입니다. 또 하나는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작고 귀여운 동네책방을 우리가 약하지만 분명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해요.
책을 팔고 마음을 받다뮤지션이 아닌 책방 주인으로서 여기저기 불려 다닐 때가 왕왕 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책방안에서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죠. 그 가운데 어느 날의 일을 말씀드릴게요. 작년에 원더우먼 페스티벌에 책방주인으로 초대를 받았어요. 그래서 페스티벌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책방주인이니까 책을 팔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읽었던 페미니즘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십여 권 챙겨서 갔어요. 책을 홍보하고 책을 팔았어요.
큰 무대였고 사람들도 매우 많았죠. 그 앞에 책을 이렇게 쌓아놓고 '이 책은 이런 저런 내용을 담고 있고 저러저러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께 유용할 것 같고 가격은 얼마입니다! 이 책을 사실분?' 이런 식으로 책을 팔았어요. 근데 돈을 받고 팔지는 않았어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저에게 주고 싶은 물건과 책을 물물교환 하는 방식으로 팔았어요. 사십 분만에 책을 완판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쓸모있는 물건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어요. 돈 대신 생리대, 사과, 막대사탕, 장난감, 몇번 쓴 핸드크림을 받았어요. 강연이 끝난 뒤 너무 좋아서 책 사신 분들 불러다가 같이 사진도 찍었고요
이 경험은 제가 책방을 하며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깨닫게 해주는 아주 강력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어요. 정말 소중한 추억이죠. 사실은 오늘도 제가 책을 몇권 들고 왔어요. 바깥에 추천한 책을 비치해 두었어요. 그때 행사와는 겹치지 않으면서 오늘의 행사와 어울릴 것 같은 책입니다.
오늘 애석하게 모든 책을 구매하실 순 없구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라는 책이 구매 가능한데요. 사과나 생리대로 구매하실 순 없고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 책에는 열 다섯 분의 필자가 좋은 글을 써 주셨어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필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선택한 대안적 삶에 대해 담겨있는 책입니다. 그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일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책이랍니다. 그 외 책에도 코멘트가 있으니 살펴보시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추천한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