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은...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뿐 <산악인의 선서>광덕산(충남 아산) 광덕사 지나
김경수
원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가리왕산. 화악산 정상 목전에서 두 팔로 땅을 짚고 암벽을 내려오는 하반신 장애여인의 투혼을 봤다. 정상 조망이 일품인 백운산(광양)에서 5백산을 넘게 오른 고수도 만났다. 40도를 웃돌며 한반도가 불타던 여름, 조계산 하산중 탈진한 산객에게 주저없이 물 한병을 보시했다. 덕항산 초입의 예수원 말고, 사찰이 대부분인 100명산과 친해지다 자비의 아이콘 부처님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가야산(합천) 해인사, 주왕산 대전사, 금정산 범어사, 오대산(비로봉) 상원사, 내연산 보경사, 천태산 영국사, 마이산 금당사, 용문산 용문사, 계룡산과 팔공산의 사찰은 셀 수도 없다.
연분홍 진달래가 온산을 휘감은 함백산과 화왕산. 의암호 붕어섬이 손에 잡힐듯 한 삼악산. 9월 말에 찾은 불갑산과 선운산은 상사화가 만발했다. 3월의 할미꽃과 동강이 부르는 백운산(정선), 가을 방태산에서 땀에 젖고 붉노란 단풍에 또 젖었다. 삼나무 숲 가득한 방장산, 솔향 그윽한 황정산. 경기의 소금강 소요산, 청풍호반을 품은 금수산. 운장산을 오를 때는 조릿대 호위를 받고 하산길엔 주렁주렁 감나무에 눈이 호사를 누렸다. 도토리가 우박 때리듯 풍성한 오봉산, 단양8경이 굽어보이는 도락산. 산행보다 가을여행이 더 어울리는 10월의 문경새재 주흘산. 계절산행의 묘미가 이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