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윤 전 대표의 다이어리(왼쪽)과 취재수첩(오른쪽)에 각각 남은 '250만 원'과 '750만 원'의 흔적.
구영식
특히 조 전 대표는 고광민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자신의 취재수첩과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기록해놓았다. 취재수첩에는 '고광민 동남건설 사장 10시 31분 탐라대 정문 입구에서 만남. ₩2,500,000 받음'(2015년 9월 14일) 식으로, 다이어리에는 '고광민 사장 10시 사무실 ₩2,500,000 入(입)'(2015년 4월 14일) 식으로 적어놓은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총 9권의 취재수첩(2012년-2016년)에는 '흥미로운 내용'도 적혀 있다. 고광민 대표로부터 처음 돈을 받은 날인 지난 2015년 2월 12일자 취재수첩에는 '현광식 티타임 동남건설 고동민(고광민의 오기-기자말) 매월 16일 선입금 ₩2,500,000. 람정제주의 문제점 찾아내는 역할. 현광식 고광민 나만 알고 묻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적힌 '현광식 고광민 나만 알고 묻을 것'은 조 전 대표가 고광민 대표로부터 달마다 250만 원씩 받는 것을 가리킨다. 조 전 대표는 "당시 현광식 비서실장이 '이 사실은 형님하고 나하고 고광민 사장하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당부했다"라고 주장했다.
'람정제주'는 '람정제주개발'을 줄여서 쓴 것이다. 람정제주개발은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홍콩의 란딩인터네셔널과 싱가포르의 겐팅그룹이 합작한 회사다. 그렇다면 '람정제주의 문제점 찾아내는 역할'이란 무슨 뜻일까? 조 전 대표는 "당시 현광식 비서실장이 나에게 '람정제주개발의 문제점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15년 10월 12일자 취재수첩에는 '동남건설 고광민 사장 통화(15시 31분) 이번 달 15일에 10월분 11월분 12월분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현광식과 얘기했고 고광민 사장은 이제 빠지기로 얘기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다.
조 전 대표는 "(2015년) 10월 8일 서귀포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고광민 사장을 만나 '많이 힘드니까 3개월치(10.11.12월)를 한꺼번에 달라'고 부탁했고, 며칠 뒤(10월 12일) 고 사장이 전화해서 '10월 15일 3개월치를 한꺼번에 지급한 뒤에 나는 빠지기로 현광식과 얘기했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2015년 10월 14일 조 전 대표는 탐라대 정문 앞에서 고광민 대표를 만나 3개월치 총 75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날의 취재수첩과 다이어리에도 이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고광민 동남건설 사장 탐라대 입구에서 만남(10시 36분~11시 30분) 체어맨 9742 차량 타고 ₩7,500,000 받음(10월, 11월, 12월 등 3개월치)''동남건설 고광민 사장 탐라대 입구에서 ₩7,500,000 받음(10월, 11월, 12월 3개월치 한번에 받음)이렇게 현 전 비서실장이 건설업자인 친구를 통해 돈을 준 이유와 관련, 조 전 대표는 "서울에서 내려온 현광식 전 비서실장이 '왕실장'이라고는 하지만 제주도 상황을 잘 몰라서 내가 공직 내부 정보 수집, 고위직 성향 분석 등을 도와줬다"라며 "이렇게 상당한 도움을 줬는데 일자리가 빨리 마련되지 않으니까 미안해서 고광민 사장을 끌어들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광식 전 비서실장 "조창윤이 안쓰럽고 불쌍해서 도와주라고 한 것"현광식 전 비서실장과 고광민 대표도 조 전 대표에게 돈을 준 사실은 인정했다. 먼저 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고광민 사장은 어릴 때부터 절친이고, 지금도 제일 가깝게 지내는 친구다"라며 "조창윤씨는 선거가 끝난 이후 저한테 '먹고살기 어렵다'며 일자리를 여러 번 부탁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조창윤씨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라며 "조창윤씨가 '옥상에서 투신하고 싶다'고 하고, '막걸리 한잔 마시게 해 달라'고 하고, '기름값이 없다'고 해서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매일 캠프를 출입하며 서류도 들추는 등 불편한 일을 해서 경계하는 마음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제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이나 비서실장으로 갔을 때도 일자리 부탁 등으로 조창윤씨와 자주 연락하고 만났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대표의 취재수첩과 다이어리에 따르면 약 2년 동안 두 사람이 만난 횟수는 수백번에 이른다.
이어 현 전 비서실장은 "그런데 그날(2015년 2월 12일)은 조창윤씨가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해서 내가 갖고 있던 두 가지 마음 중에 측은지심이 더 컸다"라며 "고민하다가 고광민 사장에게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제가 고광민 사장에게 '모르는 불우이웃도 돕는데 내가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두세 달만이라도 먹고살 수 있게 용돈이라도 줘라'고 했다"라며 "고광민 사장이 '액수는 얼마나?'라고 물어서 '100만-200만 원 정도만 줘라, 대신 회삿돈으로는 절대 주지 마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고광민 사장에게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치고 조창윤씨를 도와줘라'고 했다"라며 "그 이후 고광민 사장이 조창윤씨를 도와주는 걸로 알고 그와 관련한 상황은 끝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 전 비서실장은 "그런데 알고 보니까 조창윤씨가 고광민 사장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지만 용돈(11개월치)을 계속 받아왔고, (2015년) 10월에는 3개월치를 한꺼번에 달라고 해서 받아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내가 그 양반을 평생 책임져야 할 이유가 뭐가 있냐?"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가깝지도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활용가치도 없었다"라며 "정말 안쓰럽고 불쌍해서 측은지심에서 도와줬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원 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고등학교(제주제일고) 동창인 원 지사가 국회에 입성한 이후부터 지역구(서울 양천갑) 등에서 줄곧 원 지사를 보좌해온 인물이다. 원 지사가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는 제주도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2014년 10월-2015년 1월)과 도지사 비서실장(2015년 1월-2016년 4월)으로 활동했다.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주대 산업대학원에서 환경생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비료회사인 KG케미칼(구 경기화학) 제주지점장, 지역과 세계연구소 사무처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최근 신제주시에서 고급 요리주점을 개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