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천제연폭포는 혼자 봐도, 여럿이 봐도 아름답다.
홍성식
'나홀로 여행'에서 만난 욜로족들
혼술과 혼밥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욜로족들은 여행도 혼자 떠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들은 이런 욜로형 나홀로 여행자를 위해 항공권과 숙박권을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여행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나홀로 여행자'가 돼 제주도를 돌아봤다. 욜로의 삶을 지향하는 나홀로 여행자는 비단 20~30대 젊은층만이 아니었다. 40대, 더 나아가 50대 남녀들도 익숙한 듯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에서 가족 단위 여행자들 사이에 앉아 당당하게 '1인 메뉴'를 주문했고, 렌터카 없이 버스를 갈아타며 성산일출봉에서 협재해수욕장, 서귀포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음악이나 책을 친구 삼아 거침없이 오갔다.
제주공항에서 만난 관광안내원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교통 인프라도 좋아지고 있고, 음식점이나 카페에도 1인용 좌석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서 제주를 찾는 나홀로 여행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나홀로 여행자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사람살이의 따스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적이 드문 제주도 남쪽 대평항 버스정거장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내게 "생선을 구워줄 테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청했다. "일정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안타까워하며 자신이 먹으려던 감 하나를 기어이 손에 쥐어주던 주름진 얼굴. 떠나는 버스를 향해 아쉬운 듯 손을 흔들던 그분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애와 이기심에 빠지는 게 아닐까"라며 욜로족과 나홀로족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대평항 할머니처럼 나이 먹어갈 수 있다면 '홀로 인생을 즐기며 산다는 것'이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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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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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욜로'라고 손가락질 마세요, 요즘 대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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