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에 전을 펴면 으레 말동무도 오고 구경꾼도 끼고 그런 법이란다.
<무한정보> 이재형
"하루 장사하면 벌이는 얼마나 되냐"고 묻자 "어르신 겁나게 벌었을 걸유. 라이터 팔고 시곗줄 갈고 안경다리 고쳐서 아파트도 사고, 논밭도 사고. 어때유, 맞쥬?"하고 말동무가 먼저 설레발을 쳤다.
그러자 "말도 마유. 오죽허믄 세무서 직원이 매일 와서 '오늘은 얼마 벌었냐'고 꼭 물어보고 간다니께"하고 장단을 맞췄다.
그사이 한 촌로가 좌판을 기웃대다 호주머니에서 줄이 끊어진 손목시계를 꺼내 내밀었다.
시계를 받아든 할아버지는 "이건 못 고쳐유. 이거 여기다 놓구 저거 새 시계 가져가유. 저게 만오천 원 짜린디, (줄 끊어진 시계) 중고값으로 오천 원 쳐줄 테니 만 원에 가져가"
촌로는 흡족한 표정으로 새 시계를 집어 들었고, 구경을 하던 말동무가 "금세 만원 벌었네" 하자 할아버지는 "에이구 원가는 어디가고. 그거 빼면 이천원 번 거야"하자 둥글게 모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웃는다.
장사가 잘될 때는 하루에 5만 원을 벌고, 안 되면 2만 원을 번단다.
"내가 술을 먹나, 담배를 피우나, 주모있게 살림했으니께 4남매 가르치고 살었지."긴 세월 장사를 하는 동안 수지맞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소년처럼 웃으며 말했다.
"수지 맞을 일이 뭐 있것슈. 내 총재산이 여기 펼쳐 논 것들인디. 이거 다 팔믄 얼마 벌 거 같애유. 츰 장사를 할 때 마누라가 나보고 하는 말이 라이타만 팔지 말고 장사를 좀 크게 해보라고 하대유. 워째 그렇게 주변이 없냐고 타박하더라구유. 그래서 내가 그랬쥬. 내 다섯손가락이 재산이니께, 밥은 굶기지 않을 테니 걱정말라고. 그리구 어디 일나갈 생각허지 말고 집구석에 가만 앉아 나만 기다리라고…. 내가 그 약속 지켰지. 그래서 우리 마누라가 여든다섯인데 지금도 참 고와유."시계할아버지는 언제쯤이면 외장 도는 일을 멈출까.
"이 나이 먹도록 아퍼서 누워본 적이 읎슈. 그런디 인저 눈도 어둡고 정신도 읎구해서 오래 하긴 힘들 거 같유. 대학까장 가르친 우리 아들이 자꾸 그만 두래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