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어디 계세요?글,그림 햄햄 ㅣ출판사 이야기나무
심선화
어쩌면 이제는 집 떠난 개가 주인을 찾아 먼 길을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희박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백구 이야기'처럼 주인을 찾아 나선 시바견의 여정을 담은 그림책은 있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봄의 햇살을 담은 듯한 따뜻한 그림체와 담담하게 써 내려간 감성 그림책이다. 따뜻한 그림과 달리 주인을 찾아나서는 시바견의 가슴 아픈 여정을 담고 있다.
길을 걸어요.그림자가 길어졌어요.걸음을 멈추면그림자는 저를 기다려요.주인님도 저를 기다릴까요?- 본문 중 단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몇 번을 연거푸 읽어본 나로서는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과 해석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처음 읽을 때는 오롯이 유기견의 시선으로 따라가 보았는데 애타게 주인을 찾는 유기견의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에 와닿았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유기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시바견을 따라가 보았는데 읽는 내내 아련한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 번째 읽을 때는 앞서서 내린 결론과는 다른 결론으로 해석했는데 그 이후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네 번째 읽을 때는 또 어떤 감정과 해석을 끌어낼지 궁금하다. 이렇게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성공이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의 '햄햄' 작가도 주인을 찾는 강아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만을 담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 거다. 유기동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바라는 마음으로 길 위의 생명이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으리라 생각된다.
자신이 힘든 시기에 함께 있어준 반려견에게 큰 위안을 받았다는 저자는 그 책임감의 무게를 알기에 쉽게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언젠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반려견을 입양할 거라고 말한다. 당장의 유기견을 입양하진 못하지만 대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유기견 문제를 알렸다.
주인을 찾아가는 책 속 시바견의 과정이 내가 알고 있는 '백구 이야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을 유기동물의 마음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유기동물들은 열악한 보호소에서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맞서며 새 주인을 만날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행복을 찾는 유기동물과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
햄햄 지음,
이야기나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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