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방. 쪽방, 고시원에 임시주거 지원을 한 후 지속적인 사례관리 상담을 한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그래서일까?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실태 조사 응답자 중 51.9%는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거리노숙인은 69%, 시설노숙인은 27.7%, 쪽방 주민 82.6%로 '거리'와 '쪽방'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70∼80%에 달했다.
특히, 쪽방 주민의 우울증 유병률은 거리노숙인보다도 높다. 이는 쪽방에 살다가 다시 거리노숙으로 돌아올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고해(苦海)에서 살았던 한 정신장애인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마디다. 그녀는 올해 5월 초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팀을 통해 지원주택으로 연계되었다. 조울증으로 온갖 고생을 하고, 병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정착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현재 좋은 원룸에서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립을 계획하고 있다.
사람은 집을 만들지만, 집은 사람을 만든다지원주택은 기존의 시설입소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이다. '시설입소'는 당사자가 시설에서 무료로 생활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독립하는 방식이라면, '지원주택'은 당사자가 독립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먼저 제공한 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립의 기반을 다져나간다. 입주자 스스로 임대료와 공과금, 보증금을 내야 하지만 일반 월세에 비해 매우 싸고, 보증금이 없는 분들에게는 보증금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택의 '수'이다. 서울에서 단 4곳에서만 노숙인을 위한 지원주택이 운영된다(이중 2곳은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2곳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노숙인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입주 대기인원이 많다. 대기인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집다운 집'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이다.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몸은 비록 거리에 있지만 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도 비바람만 간신히 피할 수 있는 공간보다는 '집다운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지원주택 입주민 최OO님처음에 내가 거기(지원주택) 가서 울었다고 했잖아요. 나한테 이런 보금자리가 생기는 구나. 나만의 보금자리가. 그렇지, 좋아서. 밤낮 술 먹고 난장(길거리 노숙을 뜻하는 은어)이나 치고 그러다가, 이런 공간이 나한테 생기는구나.다만, 계속되는 실패로 노숙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 못할 뿐이다. 그러다 꿈에만 그리던 '집'에서 실제로 살다 보면 점점 자신감이 생기며 원래의 자기를 찾아간다.
지원주택 입주민 최OO님(지원주택에 들어오기 전에도) 일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는 안 했지. 그냥 될대로 돼라, 그런 식이었지. 쪽방에 살 때는. 에이,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옛날로 돌아가면 되지. 그 생각 했었어요, 솔직히.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시설도 있는데. 다시 거리에서 노숙하면 되지. 내가 열심히 하면 뭐하냐. 행복하우스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축이라는 생각을 안 했거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진 않았거든. 행복하우스 들어가면서 마음이 변한 거지. 최OO님은 지원주택에 살면서 임대주택 보증금을 모아, 더 넓은 임대주택에 입주해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지금도 지원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수많은 노숙인 선생님들의 '꿈'을 대신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지원주택' 좀 많이 만들어주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당신들처럼 매일 돌아가서 쉴 수 있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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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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