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셀리의 롯지 바로 앞까지 들어와 풀을 뜯는 영양, 소떼, 코끼리떼 등 헤밍웨이가 만났을 동물들.
이철영
암보셀리 국립공원 : 헤밍웨이의 분신들
헤밍웨이는 이 곳 암보셀리에 머물며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썼다. 그는 몇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1·2차 대전에 참전했다. 프랑코 총통에 맞선 공화파의 일원으로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한 사냥, 투우, 낚시 등 사내가 추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극한에 도전했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주인공 해리는 그의 자화상과 같다. 소설 속 해리는 그와 마찬가지로 작가였고 사냥을 나섰다 가시에 찔리고 그것이 덧나서 죽음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그가 타고갈 비행기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와 같이, 기다리던 '고도'는 오지 않는다.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잡은 거대한 녹새치가 항구로 돌아오는 동안 상어떼에게 모두 뜯어 먹히고 뼈만 남듯이. 기다리던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 조던, <무기여 잘있거라>의 헨리 중위, <킬리만자로의 눈>의 작가 해리는 모두 그의 분신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전쟁터와 사냥터에서 평생을 보냈다. 마지막엔 쿠바혁명에 관여하다, 카스트로와 입장이 틀어져 미국으로 돌아갔다.
전쟁터와 사냥터를 잃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엽총으로 자살했다.
일행이 묵은 '세레나 호텔'은 베란다까지 원숭이가 와서 사탕을 얻어먹었다. '문만 열면 설탕이 방에 있는 것을 알고 원숭이가 훔쳐가니 조심하라'고 스태프들이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