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장병들에게 연설 마친 한미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장병들과 오찬에서 한미 양국 우호와 관련한 연설을 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은 차기(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기 협정은 2019년부터 적용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1월 14일 방위비분담 협상 전담대사(장원삼)를 내정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하였다. 그런데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약속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든다.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있었다. 그때 한미 정상 간 주요 합의 사항 가운데 방위비분담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평한 비용분담'의 의미
11월 8일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공동언론 발표문'으로 줄임)에 의하면 한미 양정상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평한 분담'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동언론 발표문> 을 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하"(acknowledged the desire for equitable cost sharing of USFK)"였다고 되어있다.
'공평한 비용분담'이란 그동안 미국이 방위비분담 협상 때마다 한국의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해 온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부담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한국의 공정한 분담을 위해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던 것이다.
이 점에서 한미 양 정상이 '공평한 분담에 대한 열망을 인정하였다'는 공동언론발표문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미 간 분담이 공정하지 못했고, 따라서 공정한 분담을 위해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미국의 이른바 '공평한 분담' 주장이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으로 한미연합태세를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이란 지금까지 방위비분담이 합리적 수준이 못 되었고 따라서 차기 협상에서는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이 되도록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하도록 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공평한 분담 않는다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주장 사실 한국이 공평한 분담(또는 합리적 분담)을 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2017년 현재 방위비분담금의 미집행액은 1조 원을 넘는다.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상 정해진 금액(가령 2014년도 9200억 원)보다 줄여서 편성한 예산(2014년 예산 7997억 원)과의 차이로 발생한 감액분 누적액 5570억 원(미국에 추후에 주어야 할 돈), 2005∼2016년 사이의 불용액 1472억원,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군사건설비에서 축적한 현금(1조 1193억원) 중 쓰고 남아 있는 현금 3331억 원(2016년 12월말) 세 가지만 합쳐도 1조 373억원이다. 또 직접비와 간접비를 합쳐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돈은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의 77%에 이를 정도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운영비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이 1조원이 넘고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률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한국의 방위비분담이 과도한 수준임을 의미하며 따라서 차기 협상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을 줄이는 것이 정상이고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의미하는 미국의 '공평한 비용분담' 입장이 수용된 <한미정상 공동언론발표문>은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삭감을 바라는 한국의 입장은 무시되고 방위비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매우 굴욕적인 합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