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환마을네트워크에서 전환마을 10주년을 맞이한 토트네스를 방문(2016년)소란 제공
녹색전환연구소
급진적 게릴라 '여성해방연대'를 나와 농사짓는 토트네스 마을로내 손으로 처음 농사를 지은 건 사회당 선거결과에 크게 낙담하고 집에 내려갔을 때였다. 아무리 질 게 뻔한 대결이었다고 해도 우리가 기대한 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 거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은 안 바뀌나보다 절망하면서 고향인 강화도로 갔다가 마침 비는 땅이 있길래 마늘농사를 지었다. 근데 그렇게 찬바람이 부는데도 마늘 싹이 솟는 거다. 그걸 보자 힐링이 되었다. 내가 선거에서는 원하는 표를 못 얻었지만 농사를 통해서는 이런 살핌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달까.
하지만 그 때도 여전히 이런 활동을 생태주의와 연결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국사회는 가치투쟁운동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여성운동을 했고, 그러다 지쳐서 모든 걸 정리하고 무작정 영국으로 떠나게 됐다."
-한국에서도 급진적인 운동만 하다 갔는데 그곳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오히려 더 급진적인 느낌을 받았다니 흥미롭다. 일상의 전환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
경치가 좋다는 이유로 토트네스에 자리를 잡았는데 마침 전환마을로 유명한 동네인 거다. 그곳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농사 짓고 동네 사람들 조직하면서 일상이 곧 운동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50~60대 여성활동가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보면서 마을운동이 본인의 삶 자체를 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급진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운동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큰 이슈, 사회 문제, 이런 것만 생각하다가 내 일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단 걸 그 때 안 거다. 한국에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자체의 권력문제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면 토트네스에서는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 전통 방식대로 거기서도 살아가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들을 엄청 환영하는 걸 보면서 내가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일상적 전통의 가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고향에서 어깨 너머로 배웠던 도토리묵 만들기, 술 빚기, 풀 요리 이런 것들이 거기서 쓸모가 많았다.
서양이 잘 하는 게 디자인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더 잘 설명할 수있으냐가 중요한데 디자인이 바로 이를 해결해주는 툴(Tool)이 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퍼머컬쳐(Permaculture)'다. 퍼머컬쳐는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 혹은 문화 culture)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지속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이미 우리 전통 문화 속에도 다 있던 거였다. 하지만 퍼머컬쳐를 통해 사람들에게 새롭게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