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 한 초등학교 외벽이 무너져 주차된 차량 위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남한 땅을 진동시켰다. 경기도에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포항과 인근 지역에 직접적 피해가 발생했고, 수능 일정까지 연기됐다. 다른 나라 일로만 느껴지던 지진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는 지진이 많은 곳이 아니지만, 기록상으로 1904년까지 1년에 한 번꼴로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대학교 이기화 교수가 1998년 <지구물리> 제1권 제1호에 기고한 '한반도의 역사지진 자료'에 따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총 1897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1903년이라는 기간 동안 1897회 발생한 셈이다.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최초로 설치됐다. 그 이전의 지진 통계는 역사서를 근거로 산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904년까지의 지진은 역사지진으로 분류된다. 반면, 1905년 이후의 지진 통계는 지진계 측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래서 그 후의 지진은 계기지진으로 분류된다.
이 교수가 제시한 1897회는 문헌을 통해 산출한 것이다. 즉, 역사지진 횟수라는 말이다. 이 교수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증보문헌비고> 등을 토대로 1897회라는 수치를 도출했다. 학자마다 참고하는 문헌이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논문에서 이 수치가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해마다 한 번 정도'였던 데 반해, 20세기 들어서 지진 보고 횟수가 많아졌다. 한양대학교 김소구·이승규 교수가 2000년 3월 <한국 지진공학회 논문집> 제4권 제1호에 기고한 '남북한 지진 목록을 이용한 한국 지진 위험도'에 따르면, 1900~1998년까지 한반도에서 보고된 진도 3도 이상의 지진은 614건이다. 해마다 6회 정도 발생한 셈이다. 지금보다 많았던 때는 서기 16세기다. 그때는 백 년 간 735회 발생했다.
지진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인정하듯이, 20세기의 지진 발생 횟수를 근거로 20세기가 이전 세기보다 지진이 훨씬 많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지진계 측정이 실시된 후로 지진 발생이 더 많이 보고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과거로 가면 갈수록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지방에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우리 역사에서 비교적 완전한 중앙집권이 실시된 것은 1392년 조선왕조 건국 이후였다. 고려 때까지만 해도 왕의 통치력이 지방에 제대로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소규모의 국지적 지진은 중앙정부에 보고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뭄이나 홍수 피해는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다. 전국적 규모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연재해는 농업 작황을 좌우하므로 국가의 조세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갖기 때문에 역사서에도 명확하게 기록된다.
반면에 지진은 농업 작황을 직접적으로 좌우하지 않는다. 반드시 전국적 규모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농업시대의 왕조국가들은 가뭄이나 홍수에 비해 지진에 대해서는 관심을 적게 가졌다. 때문에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중앙에서 행정관을 파견하지 않아 지방 토호세력이 지배하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도 10정도로 볼 수 있는 지진 기록이 역사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