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뽑힌 채 옆으로 누워있는 나무
제주다크투어
동백동산의 숲 해설가 분들은 방문객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름이 선흘 '동백동산'인데 왜 크고 오래된 동백나무들이 없고 가지가 가느다란 동백나무만 있느냐는 것입니다.
제주4.3이 끝나고 선흘 주민들이 몇 년 뒤 마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집과 마을이 불타서 거의 다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 곳 숲의 동백나무들을 날라다가 집을 짓고 마을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 숲의 굵고 오래된 나무들 덕에 마을은 사라지지 않고 재건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동백나무들은 그 이후에 다시 심은 나무들입니다. 그래서 이 곳의 동백나무들은 슬프고 아름다운 나무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곶자왈을 일컬어 나무와 돌, 덩굴들이 얽혀 치열하게 생존투쟁을 벌이는 현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곶자왈의 나무들은 돌 위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일반 흙 속으로 깊이 뿌리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위를 감싸며 넓게 뿌리 내리게 되면서 지지기반이 약해서 뿌리째 뽑혀 옆으로 누운 나무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나무가 쪼개지게 되면 그 곳에서는 한 뿌리에서 다시 두 그루의 나무가 갈라져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 그루의 나무가 갈라져 나왔다면 두 번 잘라진 것이지요.
4.3의 아픔을 오롯이 삶으로 겪으며 지나온 제주사람들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삶이 뿌리 채 흔들리고 뽑혀도, 폐허 같은 상처에서 다시 삶을 살아낸 힘은 뭐라고 표현할 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담긴 말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제주사람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 중에 "살암시민 살아진다", "살암시난 살앗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다보니 살게 되었다"는 뜻의 표현입니다.
생명의 숲 곶자왈, 그 곳의 나무들이 제주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 자리를 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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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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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장소가 된 동굴, 이곳에 얽힌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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