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명성교회 성도들의 분위기에 대해 질문을 제기했다.
JTBC뉴스룸
"그럼 아주 기본적인 의문을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기(명성교회 - 기자 주)는 이제 10만 명의 재적 교인이 있다고 하고 현장에 참여한 사람만 해도 1만 명 정도라고 아까 리포트가 나오던데 거기서 반대를 외치다가 끌려나간 사람은 좀 소수인 것 같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런 과정이나 절차 같은 것들이 분명히 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교인들은 모릅니까?"대형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의 말 한마디는 하느님 말씀이다. 비단 대형교회만 아니라 대부분 교회가 그렇다. 특히 신도들은 담임목사의 뜻에 따르는 걸 신앙인으로서 미덕이라고 믿는다. 이런 분위기 탓에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담임목사의 의중이 관철되기 일쑤다. 명성교회가 세습을 금지한 교단법을 무시하고, 세간의 비판여론에도 세습을 강행한 데에 성도들의 저항이 적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박 목사도 앞서 적은 손 앵커의 질문에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아마 알 수도 있고요.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까 담임목사가 와서 그렇게 강요하고 담임목사가 교인의 3대 중심 중의 하나다,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수준이거든요. 그러면 그 목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저항할 수 있는 분별력이나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러니까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박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자정 능력이 지금 막 소진돼 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사실 한국교회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자정 능력이 막 소진됐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동의의 의미가 아니라, 박 목사께서 그나마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막 소진됐다'고 에둘러 말한 것임을 간파했다는 말이다.
한국교회, 특히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대형교회들에서 자정 능력을 기대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들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한때 '스타 목사'로 각광 받았던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2010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 그가 속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이 사건을 질질 끌다가 2016년 그에게 '설교 정지 2개월' 처분으로 매듭지었다. 거꾸로 사회 법정이 그가 저지른 성추행 행각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1억의 배상 책임을 지웠다. 법원 판결이 전해지자 박득훈 목사는 지난 6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교회를 개혁하고 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결국, 사회가 교회를 개혁해야 명성교회는 세습을 기정사실화했다. 세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사자인 명성교회가, 그리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신임 목사가 이를 되돌리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답은 한 가지다. 사회가 나서서 교회를 바꿔야 한다. 큰 교회가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허위의식을 깨뜨리고,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기관으로 바꾸자는 말이다. 왜 사회가 해야 하냐고?
다시 한번 박득훈 목사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에 속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입니다. 이런 교회(대형교회 - 기자 주)에서 기독교인들이 자라서 사회 지도자가 되면 우리 사회가 문제가 됩니다."잘못된 교회에서 자란 사회지도자(?)의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 의원은 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을 내는가 하면, 종교인에게 근로장려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낸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 종교인 과세의 시행 취지가 퇴색한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을 한 장본인도 교회, 특히 대형 보수교회였다.
그러니 이제 개혁을 교회에 맡겨서는 안 된다. 특히 이들에게 자정을 기대했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교회에서 벌어진 일을 그저 종교의 영역이라고 치부하지만 말자.
사회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물신주의의 가면을 쓴 대형교회로부터 우리 사회를 구원해 내자. 이 일은 넓은 의미에서 적폐청산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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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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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의 손아귀에서 우리 사회를 구원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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