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이동한 60여Km 일정전주천, 추천, 만경강, 고산천을 통해 고산에 다녀온 경로를 담아보았다. 여기에 걸어서 이동한 거리까지 모두 60Km가량을 움직인 일정이었다.
포털사이트 지도
다음날에도 그랬다. 미리 잡아둔 약속이 아니었다. 아침에 통화로 약속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시가지에서의 낮 12시 점심 약속을 위해 오전 11시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지만 산책 삼아 가볍게 달리고 나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다.
지인을 만나 육개장 한 그릇 나눠 먹고 차를 마신 후 지인을 보내고 식당 주인이자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몸이 불편해 근처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몇 마디를 나누고도 현재 후배의 생각이나 삶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밀도 있는 대화를 쿨하게 나눴다. 반가움을 남기고 '또 보자'는 말을 건네고 시내로 향했다.
삼천, 전주천, 공구거리를 달려 전주시청 8층에 있는 지속가능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자전거인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것으로, 오후 3시 약속이었다. 오후 2시 20분이 안 돼 도착해 사무실 식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나머지 일행의 도착을 기다렸다. 약속 장소가 엇갈려 오후 3시 반에나 멤버가 다 모였다. 오후 4시까지 짧고 굵게 회의를 마쳤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치과 진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집에 두고 샤워하고 가야 해서 서둘렀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1km가량 이동했다. 예약 시간이 3분 남아 있는 오후 4시 57분에 치과에 도착했다. 대여섯 차례 이어온 치료에 익숙해졌는지 수월하게 치료를 마쳤다. 진료비를 결제하는데 주차권은 필요 없느냐고 데스크 여직원이 물었다. 나는 "차 안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나름의 의미심장한 마음을 미소에 담아 인사를 남기고 병원을 나왔다.
이날의 이동 거리는 걷기를 포함해서 대략 22km가량. 택시로 이동했다면 대략 15000원, 차로 이동했다면 기름값으로 대략 3~4천 원어치 정도는 썼을 것 같다. 나의 이동에 든 비용은 0원.
나의 자전거 실력이 탁월해서는 아니다. 자전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런 정도의 일정을 누구나 소화해 낼 수 있다. 더구나 이 일정은 거리가 상당히 되는 이동이었음에도 여유롭고 늦지 않게 움직였다. 이틀간 일곱 개의 일정, 그리고 20여 명을 만나기 위해 이동한 82km가량의 일정이다. 자전거로 충분하다는 자부심과 그 안에 담긴 여유와 건강함이 읽힐 만한 나의 이틀이었으리라 자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