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식 트라우마심리치유활동가와 "군대 문제를 주제로 공부하자"는 청년모임의 조현우, 한현욱씨가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중한
내부고발자가 힘없이 무너진 이유공군 사병으로 복무한 조현우씨는 부대 내 가혹행위 근절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습니다. 소속부대의 병사 생활을 전담 관리하는 '으뜸병사'가 된 후 부대 내 가혹행위를 지적하는 후임병들의 요청에 따라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노력은 결실을 맺는 듯했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가혹행위의 가해 지목인들은 행정상 다른 부대에 속해 있었고, 진급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 해당 부대의 지휘관과 간부들의 개입으로 개혁이 실패하게 된 것입니다.
조현우 "크고 작은 악폐습들이 끈질기게 기능했고, 와중에 자살 의지를 표명하거나 다른 부대로 전출 가는 후임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를 내부고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혼자 하면 묻힐 것이 뻔하니, 최대한 많은 인원을 확보해서 집단으로 고발하자는 의견이었죠. 채택된 방식은 설문조사였습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문항을 부대원 전체에게 응답하게 하여 사안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조사 대상이었던 병사 80명 중에 60명이 부대 내 가혹행위가 존재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부대장과 함께 하나씩 살펴 본 가혹행위의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조치가 이루어지고 부대가 변할 거라는 분위기는 잠시였습니다.
조현우 "내부고발자가 60명이나 되었음에도 '밀고자', '배신자'라는 자기검열을 이기지 못했고, 대부분의 사병들이 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잘 알고, 제가 그 모든 일을 주도했기에 어느 정도 각오도 되어 있었지만 생전 처음 느끼는 소외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역동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이, 고발자로 낙인찍힌 후임 일부가 2차 피해를 입기도 했지요. 그 친구들에게 늘 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조현우씨는 현재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아래 함께)에서 자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함께'는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가 직접 만든 조그마한 단체입니다(관련기사 :
2384일 군대와 싸운 엄마, 피오줌을 흘렸다).
군대 생각 않고 그냥 살아갈 줄 알았던 그가 변화의 계기로 삼았던 것은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등 제대 직후였던 2014년에 봇물처럼 쏟아졌던 군대 관련 사고들이었습니다. 그 중 특히 영향을 준 것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한 공판 참관이었습니다.
조현우 "윤 일병 사건의 핵심은 내부 고발자를 통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지점이 가장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2014년 9월, 증인 신문이 있던 그날, 재판을 처음 방청하며 받았던 엄청난 충격과 같은 하늘 아래지만 누군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인식... 유가족 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이 재판, 누군가는 끝까지 목격하고 증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법원까지 갈 때까지, 모든 재판을 참관하고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