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뜨끈한 국물의 맛있는 잔치국수 한 그릇이다.
ⓒ 조찬현
잔치국수는 말 그대로 잔칫날 먹는 음식이다. 예로부터 결혼식 날이면 하객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혼기가 꽉 찬 젊은이들을 보면 우린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고 묻곤 한다. 국수를 대접하는 건 신랑 신부가 맺은 인연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기원하는 뜻에서다.
우리나라의 전통 풍습으로 내려온 결혼식장의 국수 대접은 축하는 물론 장수의 의미도 담겨있다.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지만 우린 이렇듯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축하와 장수를 기원하곤 했다. 그러나 요즈음 결혼식장에서 잔치국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음식이 되었다. 소 불고기와 갈비탕에 이어 이제는 뷔페식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잔치국수 한 그릇 '후루룩~' 비워내니 답답한 속 시원해져
▲ 광주 계림동 잔치집이다. 국수집으로 가는 길가에는 대나무가 우거졌다.
ⓒ 조찬현
오늘따라 뜨끈한 국물의 잔치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 노란 계란지단에 붉은 실고추와 파릇파릇한 미나리 고명을 예쁘게 올려주면 더욱 좋겠다. 뜨끈한 국물의 맛깔난 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후루룩~' 비워내고 나면 아마도 답답한 속이 시원해질 것 같다.
잔치국수가 맛있는 집, 광주광역시 계림동의 잔칫집이다. 국숫집으로 가는 길가에는 대나무가 우거졌다. 담장에는 생뚱맞게도 의자가 덩그러니 걸려있다. 담벼락에 내걸린 자그마한 의자는 어느 설치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멋진 발상이다.
입구 철탑 구조물에 설치된 확성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화장실 지붕 위의 소금 창고, 절구통을 이용한 손 씻는 장소, 지붕 위 소쿠리, 작은 장독대, 마당에 깔린 자갈들... 국숫집의 살림살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름 가게 꾸미기에 애를 쓴 흔적들이다.
▲ 매콤한 비빔국수는 오이채와 배추를 넣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 조찬현
▲ 맛깔난 비빔국수는 국물과 함께 내온다. ⓒ 조찬현
잔치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이다. 비빔국수는 6000원이다. 잔치국수가 참 맛깔스럽다. 숙주나물을 넣어 아삭한 식감이 도드라진 데다 소면을 사용해 목 넘김도 좋다. 다시 찾고픈 행복한 맛이다. 매콤한 비빔국수는 오이채와 배추를 넣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이들 국수는 열무김치와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잔치국수와 열무김치가 썩 잘 어울린다. 여느 잔칫집의 일반적인 국수 맛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맛깔지다. 남도에서 국수가 맛있는 집으로 손가락으로 꼽아 봐도 열 손가락 안에 들겠다.
▲ 잔치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이다. 비빔국수는 6000원이다.
ⓒ 조찬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