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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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댓글에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이런 댓글부대가 탄생하기 전에, 그 행정관 사무실이 있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이 내려와 가지고, '이 기사 댓글이 왜 이러냐고', 그리고 '여기 댓글 왜 안 다냐고'. 이거 직접 들은 얘기예요, 9년 전에. 대통령의 댓글에 대한 관심, 이게 결국 댓글부대 탄생의 배경이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이명박 정권의 댓글 공작은 정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빗나간 '댓글 사랑'이 잉태한 비극이었을까. 지난 8월 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공장장은 댓글 부대가 탄생하게 된 근거를 위와 같이 추론했다. 애초부터 댓글에 관심이 많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인터넷 심리전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댓글 공작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댓글부대 실체실제 이명박 정권이 인터넷 심리전에 쏟아부은 노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국정원과 군을 여론 조작의 전진기지로 삼아 대대적인 사이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를 위해 조직 확대 개편, 인력 충원, 예산 투입 등 물심양면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국정원 심리전단을 국정원 3차장 산하의 독립부서로 편제시켰고, 심리전단의 사이버팀을 확대 개편하는 등 부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국정원과 함께 댓글 공작의 양대 축이었던 군 역시 지난 2010년 1월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며 여론 공작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군은 '503단'으로 알려진 군사이버심리단을 통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 등에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댓글 공작을 펼쳤다. 대북심리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버사가 실제로는 자국민을 상대로 '대남심리전'을 전개한 셈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정보기관을 동원해 여론 조작과 정치 공작을 펴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이 흉흉한 소문이 구체화된 건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터진 이른바 '십알단 사건'과 '국정원 댓글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은 세간에 퍼져있던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을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두 사건은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야무야' 처리되고 말았다. 십알단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벌여온 의혹을 받았다.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에 적발된 오피스텔에서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발견되는가 하면, 박근혜 후보 캠프의 'SNS 미디어 본부장'이라 적혀있는 십알단 운영자 윤정훈 목사의 명함과 새누리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략이 담긴 문서 등도 함께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윤정훈 목사와 국정원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같은 글을 수십 건씩 리트윗한 사실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계정 일부가 십일단 활동에 사용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것들은 십알단이 박근혜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 및 국정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정황 증거다. 그러나 검찰은 십알단과 새누리당·국정원 사이의 관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이 사건은 무수한 논란만 남긴 채 윤정훈 목사의 개인적 일탈로 일단락되고 만다.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경찰은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납득할 수 없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부실·축소 수사에 이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검찰 역시 편파·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며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었음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의혹은 차고 넘쳤으되, 실체를 규명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김관진 증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불가피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