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천종호 판사와 부인과 늦둥이 막내딸.
조호진
지난 9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년범에 대한 엄벌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청와대에 소년법 개정을 청원했고 어떤 정치인은 사형까지 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천종호 판사는 엄벌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비난의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 발언했다가 벌집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렇게 말한 것은 소년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엄벌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3년 조사 결과 소년원을 퇴소한 소년들의 3년 이내 재비행이 70%에 육박한 반면 '청소년회복센터'에서 6개월 생활하다 퇴소한 소년들의 재비행은 30%대로 떨어졌고, 1년간 생활하다 퇴소한 소년들의 재비행은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현상입니다. 보호소년들에게도 안정된 환경을 조성해주면 건강한 소년들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비결은 엄벌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천 판사는 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고졸 학력 취득을 위한 특별반 개설을 주도했고, 캠프를 열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었고, 합창단과 축구단을 만들어 심신을 건강하게 했습니다.
비난하는 일, 낙인찍는 일, 격리하는 일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문제는 악화됩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때 그와 그의 아내는 보호소년들을 회복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청소년회복센터 소년들이 합창 연습을 할 때면 식사를 준비하곤 합니다.
천종호 판사는 도시빈민의 아들입니다. 그는 7남매 중에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는 판사 퇴임 후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되어 가난한 형제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소년범의 아픔을 다룬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 2013)와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우리학교, 2015)를 펴내 7천만 원 가량의 인세를 받았습니다. 인세의 일부로 형제를 도우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청소년회복센터'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천 판사는 영산법률문화상 부상으로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번 상금은 가족과 형제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소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도 소중하지만 어려운 형제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또한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교사인 아내와 맞벌이해서 집을 겨우 장만한 그의 처지에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형제를 도울 수 있을까요. 그는 가난한 형제를 도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역자로서 소년의 눈물과 형제의 눈물을 함께 닦아주시길 천 판사에게 부탁드립니다.
영산법률문화상은 영산대 설립자인 고(故) 박용숙 여사가 30억 원을 출연해 설립된 영산법률재단(이사장 양삼승)이 운영하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 중 현직 법관이 선정된 것은 천종호 판사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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