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희훈
- 지난 10월 29일은 촛불집회가 있었던 게 1년이 된 날이었는데요. 촛불 시민혁명 당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공동 대변인을 맡으셨었죠,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대규모 촛불집회의 시작은 작년 10월 29일이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평일 촛불집회는 10월 27일 시작했어요. 엊그제 일 같은 데 벌써 1년이죠. 촛불 혁명 6개월은 평화롭고 위대하게 수행해서, 같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기만 해요.
하지만 촛불 혁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로 이어졌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참 좋은 세상은 아직 멀었거든요. 그래서 지난 6달의 촛불 혁명을 생각하면 참 기쁘고 보람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시민사회가 국민들과 함께 촛불 시민혁명을 제대로 완수해야 된다는 책무감 같은 것이겠죠.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혁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지금도 다방면에서 노력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적폐청산과 사회개혁, 좋은 정책들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해요.
특히, 지금은 국민들의 노동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에요. 헬조선, 민생고, 양극화, 불평등 이런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죠. 최근 공기업 채용 비리만 해도 얼마나 끔찍합니까? 정말 황당한 일이죠. 이처럼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이나 적폐가 너무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바로 이런 적폐들을 철저히 청산하고, 진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야죠."
- '촛불 1년'의 의미는 뭘까요?"촛불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로 촉발되었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과 민생이 짓밟히고 국민들이 철저히 무시당한 것에 대한 절망도 배경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국민 위에서 군림하고 국민을 탄압하고 괴롭히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에 대한 분노가 켜켜이 쌓이고 쌓이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고 대폭발한 것이죠.
그래서 촛불의 의의는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들이고,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하고 악행을 거듭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한국 역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생생히 보여준 점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은 '국민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권력이 국민을 계속 억압하고, 재벌과 큰 부자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부정과 비리를 계속 저지른다면 국민들이 언제든지 봉기하여 최고 권력마저도 끌어내려 감옥에 보낼 수도 있다는 엄청난 교훈을 남긴 촛불 혁명으로 승화된 점이 촛불의 가장 큰 의의라고 할 것입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독일의 에버트 인권상까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10월 29일 첫 범국민행동 기억나세요?"첫날 저는 지역에 일정이 있어서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요, 1차 범국민행동 장소였던 서울 청계광장에 얼마나 모이실지 국민들의 기대와 이목이 집중되던 날이었죠.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이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죽임을 당하면서도 가지 못했던 광화문 광장으로 용기 있게 행진했을 때 정말 뭉클했습니다. 경찰도 국민들의 '총궐기' 분위기를 알았던지 1년 전 민중총궐기 대회 때처럼 포악하게 막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청계광장에서 행진해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을 국민들이 가득 메웠을 때, 종로경찰서장이 옛날 같으면 '즉시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라, 채증하겠다'라고 경고하고 압박했을 텐데,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너무 길어지니 지금 해산하는 게 어떻겠냐?'라는 취지로 매우 부드럽고 긍정적인 멘트를 한 것도 참 인상적이었죠.
다들 돌아가시는 데도 수백 명의 국민들께서 새벽까지 목 놓아 '박근혜 퇴진'을 외치시는 거예요. 이때, 국민들 분위기나 분노가 심상치가 않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다음 주는 더 많이 모이시겠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요. 2차 범국민행동 때는 광화문광장 일대를 완전히 가득 메운 20만 인파를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3차엔 드디어 서울에서만 100만, 전국에서 110만 인파가 모여드는 기념비적 대항쟁이 있었습니다."
- 그래도 이게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은데."그때만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칼끝 같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이 나라와 우리 사회의 정세가 어떻게 굴러갈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새누리당이 탄핵 저지선을 점해서 국회 상황도 매우 안 좋아 정권교체는커녕 박 전 대통령 탄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다만, 퇴진 행동은 오로지 국민들만 믿고 가자는 거였죠. 저는 실제로 국민들이 스스로 시작한 촛불 항쟁을 국민들이 계속 주도해나가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주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모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매주 촛불집회를 홍보하고, 안전하게 집회 및 행진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막는 경찰에 맞서 매주마다 공익소송을 진행해 승소해서 실제로 평화로운 행진을 진행할 수 있었죠. 그렇게 국민들의 힘을 극대화하고, 논란은 최소화하는 '대중적이고 평화로운 전술'을 국민들이 집단적 논쟁-집단적 지성의 힘으로 만들어 가시는 것을 보면서 이번 촛불집회가 '촛불 항쟁'을 넘어 '촛불 시민혁명'이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여의도 '촛불파티', '분열' 아니라 촛불이 '분화'되는 자연스러운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