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롭게 구성된 상무위원단을 취재진에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일대일로 정책을 발표합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영어로 'One belt, One road'라고 하는데 2049년까지 주변 60여 개국을 중국과 지리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입니다.
육상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해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만을 건설해 중국이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거지요. 물론 '일대일로' 정책에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지리적으로 연결해 외교·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주변 60여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런데 육상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건설은 별 탈 없이 진행되지만,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만 건설은 주변 여러 국가와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동쪽과 남쪽이 바다에 접해있습니다. 중국 동쪽 바다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있고, 중국 남쪽 바다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이 있습니다. 중국 일대일로 정책 해상벨트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동해안과 남해안에 접한 국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중국 동쪽에는 우리나라 한국이 있습니다. 2014년 7월 중국 주석 시진핑은 답방의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15년 9월 한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전승 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합니다. 자본주의 한국 대통령과 공산주의 중국 주석이 나란히 서서 중국 군대 열병식 행사를 지켜봤다는 사실은 두 나라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상벨트 정책을 진행 중인 중국 정부는 중국 동해안은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정부의 외교 성과를 홍보합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남해안도 안정시켰습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를 헤이그 중재재판소에 제소해 국제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국가 이익을 중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조건으로 양국 간 영해 분쟁에 대한 긴장을 완화합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오히려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던 미국에게 주 필리핀 미군을 철수하라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또 떠들썩하게 국민에게 정부의 외교 성과를 홍보합니다.
2016년 7월 한국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동해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요. 그런데 중국 정부를 정말 곤혹스럽게 한 건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동해안 한국과 문제가 생겼다는 게 아니라, 이미 중국 공산당 시진핑 체제가 탁월한 외교력으로 주변 해안 국가들과의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홍보했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 이제 일대일로 해상벨트 주변 국가(한국, 필리핀)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국민에게 자랑했는데, 한국 사드 건으로 중국 국민에게 빈말을 한 게 돼 체면이 서지 않게 된 겁니다.
중국 국민에게 체면을 잃은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사드 배치 건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세력의 중국 진출을 막는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 지도자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2017년 10월 24일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행사가 끝나고, 시진핑 주석 제2기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국민들의 환영 속에 이제 새로운 체제가 시작됐으니, 중국 지도부가 체면 때문에 미뤄뒀던 일들을 해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체면을 살려주면 된다중국에는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보상하고, 빚을 지면 돈으로 갚고, 체면을 상하게 했으면 당연히 체면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해서,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면,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의 체면을 살려주면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법으로는, 상대방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주면 됩니다. 이 방법은 경제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크지요.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뭘까요?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시작된 후, 시진핑 주석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중국의 꿈(中國夢)'입니다. 그럼 이제 시진핑 주석 체제가 이루려고 하는 중국의 꿈이 뭔지 알아볼까요.
시진핑 주석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인 2012년 11월 30일, 시진핑 주석 등 공산당 상무위원 7인은 중국국가박물관 '부흥의 길(부흥지로(復興之路)'전시관을 방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