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충혼탑을 참배한 뒤 순직 소방관 유족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외에 설치된 대형 무대 뒤로는 소방사다리차와 소방굴절차, 구급차가 세워져 있었다. 애국가 제창도 전현직 소방관들에게 맡겨졌다. 지난 2007년 현장활동 중 음주차량에 치어 왼쪽다리를 절단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도제 소방관과, 1992년에 정년퇴직한 이태중 전 소방관과 그의 딸 이명숙 소방관, 사위 권영석 소방관, 손자 권오동 소방관 등 3대 소방관 가족이 무대에 올랐다.
행사 진행은 아나운서 출신의 서현진씨가 맡았지만 각 순서의 소개는 특별한 사람들이 나섰다. 바로 소방관에게 구조돼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2014년 12월 경기도 일산 상가 화재현장에서 구조됐던 백승근씨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마지막으로 구해 준 사람이 소방관이었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가장 먼저 달려와 국민 생명을 지켜주는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훈장 수여와 포상 순서를 소개하기 위해 나온 남재학씨는 지난 2015년 2월 서울 사당종합체육관 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됐다. 그는 "천장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 콘크리트 사이로 한줄기 빛이 보이고, 그 빛 뒤에는 소방대원들이 있었다"라며 "아마 그분들이 저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사고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의 인사가 너무 늦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들의 뮤지컬 공연을 소개하기 위해 올라온 노부부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2016년 9월 울산 수난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윤동백, 김숙영 부부"라며 "급류와 호우의 위험을 무릅쓰고 저희 부부를 구하러 와주신 오렌지 복장의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고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랐다"라며 "저희들은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순직 소방관들이 함께 입장하고, 소방관들에게 구조됐던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그동안 실내에서만 진행된 소방의날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대규모 화재현장에서의 구조와 진압 장면을 재연한 시범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소방관들은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에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대응하며 인명을 구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모든 행사를 마친 후 문 대통령은 화재진압 시범을 보인 소방관들을 만나 "궂은 날씨에 수고 많았다. 정말 감동적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맨 앞줄의 소방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기념촬영을 하고 또 단체 셀카 촬영에도 응했다. 충남소방본부 광역기동단 소속 한경준 소방관은 자신에 헬멧에 문 대통령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 역시 이전의 소방의날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배우 정우성과 한지민이 명예소방관으로 위촉됐으며 이들은 소방관 제복을 입고 '소방관의 기도'를 낭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