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택한 나는 왜 변호사 등록을 거부당했나
백종건
인권수호 해야 할 대한변협, 그저 '어쩔 수 없다'니 하지만 2017년에는 어떠한가. 나는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연수원 수료 직후 다른 '군미필' 동기들과는 달리 종교적 신념에 따라 4주의 기초군사훈련을 거부했고, 약 6년간 재판을 받으면서 대체복무 제도 도입을 기다렸다. 6년 동안 많은 공익활동과 무료변론을 맡으며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결국 도입되지 않았고 감옥에 수감됐다. 수감된 사이에 대한변협은 나의 변호사 등록을 취소했다.
오랜 수감기간을 거쳐 석방된 뒤 다시금 변호사회에 등록을 신청했다. '변호사회의 본질은 인권단체'라는 희망을 가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아래 '서울회')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그리고 변호사법에 대한 적극적 법해석을 통하여 등록 적격 결정을 내렸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이 결정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호사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하여 등록을 거부할 경우 또 다른 피해(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여야 한다."
다만, 등록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대한변협에 있었다. 그리고 2017년 10월 24일, 대한변협은 등록거부를 결정했다. 서울회의 '등록적격' 결정을 뒤집는 처분이었다. 바로 다음 날인 10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였다.
"대한변협의 양심적 병역거부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등록거부 결정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무시한 반인권적 결정이다."대한변협은 '실정법 준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제출했다. 자신들에게 등록을 허가할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변호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한 변호사법 제5조를 근거로 들었다.
법률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는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변호사법 제4조 제1호). 다만, 모든 변호사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사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변호사법 제7조 제1항). 대한변협은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변호사 명부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변호사법 제7조 제4항).
이처럼 변호사의 자격 있는 자가 등록신청을 한 경우 변호사법은 '등록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반면 등록거부 규정의 경우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 "대한변협은 제7조제2항에 따라 등록을 신청한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제9조에 따른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2. 제5조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즉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하여 등록거부 여부의 결정을 변호사협회의 재량사항으로 명시했다. 만약 등록거부가 필수적이었다면 법률에는 '등록을 거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변호사법은 변호사회가 등록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 즉 투표'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대한변협의 해석대로 자신들에게 등록거부에 아무런 재량이 없다면, 등록거부에 앞서 투표까지 거치도록 법률이 규정되어 있는 것 자체가 심각한 모순이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변호사법은 '등록을 거부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거기에 더하여 등록심사위원회의 투표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현행 변호사법은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대한변협과는 달리, 서울회는 변호사법상 등록을 허가할지 거부할지 결정을 내릴 권한은 당연히 변호사회에 있다고 봤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며(변호사법 제12조 1항), 변호사회는 등록거부를 위하여 등록심사위원회에 사건을 송부하더라도, 등록심사위원회가 등록을 결정하면 등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변호사법 제12조 제2항).
대한변협은 이 사건 등록신청에 관하여 9월 중순 상임이사회를 열어 등록을 받아줄지 등록을 거부할지 논의했다. 김현 대한변협장은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고 한다. 김 협회장도 대학생 때 군사독재 및 유신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6개월 정학 처분을 받아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도 면접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다. 즉 신념에 따른 박해를 경험한 당사자였던 것이다.
김현 협회장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다른 판사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사법고시 면접 기회를 다시 얻었고, 변호사가 될 수 있었으며, 결국 협회장까지 되었다. 아마 그는 '이번에는 내가 도울 차례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등록심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오래된 이 인권문제에 디딤돌을 놓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였다. 그 날, 등록심사위원회의 결론은 단 1표 차이로 갈라졌다. 단 1표 차이로 등록거부가 결정되었다. 등록심사위원 중 5명이 등록거부 의사를 표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판사 1명, 검사 1명, 변호사 4명, 대한변협의 장이 추천하는 교수 1명과 변호사 아닌 자 2명, 이렇게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변호사법 제10조) 재적과반수 결정으로 의결한다.
사실 등록심사위원회가 열리던 날, 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등록심사위원회가 열리던 18층 중회의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탔는데, 다른 두 명이 이번 등록거부 건에 대해 대화했다. 그 한 명은 등록신청을 한 변호사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비난했다. 자신들은 등록신청을 한 변호사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등록신청에 적격결정을 한 서울회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명백한 편견이었다. 대단히, 아쉬운 결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