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유산처럼 아려준 낙원동 이발관.
김종성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아버지는 만날 일이 있을 때마다 서울 종로 낙원동을 고집했다. 번듯한 인사동을 바로 옆에 두고 국밥집, 포장마차, 선술집, 낙원지하시장, 이발관까지 다양한 곳에서 아버지와 만났다. 대부분 허름하고 오래됐지만, 서울에 이런 곳이 다 있었구나, 처음 본 곳이 많았다.
지난 후,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전해준 남다른 유산이 아니었나 싶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남겨줄 것이 없어서 미안해했다(고 어머니는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낙원동에 올 때면, 나란히 거리를 걸으며 왠지 뿌듯해하던 아버지 옆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난 주말 아버지가 알려준 낙원동 소재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았다. 아버지가 오래 다녔던 단골 이발소에 가면 친숙한 냄새가 난다. 낙원동에 갈 때마다 아버지의 자취와 체취를 느끼게 된다.
이발소 특유의 사인볼이 빙빙 돌아가는 가게 앞에는 하나같이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이라고 쓴 가격표가 나붙어 있다. 대한민국에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런 이발관이 즐비한 곳이 바로 이곳 낙원동이다. 요즘 말로 '가성비' 좋은 가격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멀리 천안이나 인천에서도 낙원동 이발관 골목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