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을 위한 넋풀이 도살풀이춤(임귀성 원장).
조종안
가냘픈 손끝과 애절한 몸짓에 발 디딤새가 아스라하다. 자박자박 걷는가 싶더니 긴 수건을 쥔 손끝이 허공을 향해 곡선으로 흩뿌린다. 정중동(靜中動)의 미가 조화를 이룬다. 손끝에서 어깨까지 여섯 관절을 꺾고, 틀고, 당기고, 밀어내고, 잡아채는 곰삭은 춤이다. 호흡이 멈췄는가 싶은 순간 버선코 발끝은 사뿐히 추임새를 놓는다.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흥과 신명, 애절함을 함께 녹여내는 완벽한 춤사위다.
3~4분쯤 지났을까, 무대위 춤꾼은 영매(靈媒)가 된다. 그리고 소망을 빌어 축원하고 해원을 빌어 상생한다. 발끝, 손끝 모든 춤사위에 인간사 희로애락이 담긴다. 나라를 지키다가 숨져간 백제 병사들과 산정에 묻힌 다섯 노인의 혼령을 위로한다. 고혼들에게 인사하면서 떡이랑 과일이랑 많이 들고 가시라고 권한다. 평화와 풍요의 물결이 더 큰 회오리로 일어나길 소원한다.
이날 혼령들과 인간을 매개해준 춤꾼은 임귀성(62) 군산예도원 원장이다. 임 원장은 1999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초대되어 한스럽게 눈감은 영혼들을 위로해오고 있다. 그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면서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다. 지난 9월에는 전남 신안군에서 개최된 '2017 인동초 국악대전'에서 살풀이춤으로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추모제마다 소품이 다른 '혼풀이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