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걸으며 눈은 눈대로 아름다움에 취하고 발은 발대로 편안함에 취합니다.
배석근
다툼이 없어 좋은 산행 몇 년 전, 아버지가 군 동기회의 마지막 모임을 하고 돌아오셨습니다. 1953년 갑종 간부 후보생으로 임관하신 아버지는 10년 남짓 비교적 짧은 기간 복무하셨지만, 이후 동기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연세가 여든을 넘기며 돌아가신 분도 많고 살아계셔도 거동하기 힘든 분들이 많아 모임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남은 회비를 1/n로 나눴다는데, 그 액수마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저도 육십 줄에 접어들며 주위 벗들이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죽기도 하고, 외국으로 떠나기도 하고, 그냥 잊히기도 합니다. 가까웠던 벗들은 하나둘 멀리 떠나지만, 새로운 벗을 사귀기는 참 어렵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지만, 만난다 해도 가까워지기가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한 가지 예로, 이번까지 스물세 번 이어진 낙동정맥 종주 중에서 아내와 함께 산행한 두 구간을 빼고 스물한 구간을 ㄱ산악회와 함께 했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분들과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후미로 쳐졌기에 제가 다른 분들과 어울리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분들에게 다가가려는 열정 자체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주위의 벗은 하나씩 떠나가거나 잊혀지고, 새로운 벗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그런 나이 말입니다. 참 서글픈 일이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