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하는 엄마배우들과 공연 보는 아이들.
윤근혁
꼬임에 속아 달달한 설탕을 마법가루인 줄 알고 먹어버린 아이들. 이때부터 이 연극의 긴장과 갈등은 시작된다.
"이 달달한 냄새는 뭐지? 이건 설탕이잖아. 단 음식은 안 돼! 배 볼록, 엉덩이 불룩…." 깔깔대며 노래와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오전 10시 55분, 온통 검은색에 귀부분만 뻘건 망토를 쓴 충치맨이 등장했기 때문. 충치맨의 얼굴은 기자가 봐도 무섭게 일그러져 있다.
"히히히, 마법가루를 먹었니? 그래서 내가 왔다!"
40분간의 공연이 끝난 뒤 엄마들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혀 있다. 공연 들어가기 전 "화이팅!"을 외쳤던 그 생생한 모습은 어느새 지쳐 있다.
환대 분위기 속에 홀대 받는 '충치맨' 엄마"며칠 전엔 1학년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에서 공연했어요."연극을 막 마친 이경원씨가 한 말이다. 엄마의 출현에 아이는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가 남자인데 아주 좋아했어요.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좋아했어요. 우리가 다 동네 엄마잖아요. 아는 엄마가 끼어 있으니 아이들이 정말 반가워하는 거예요."배우가 된 엄마, 이에 환호하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 배우 엄마와 아들은 이날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으리라.
서울 영등포구청이 이와 같은 맘마미아 활동을 벌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엔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5개교 111개 학급에서 모두 2220명의 학생들 앞에서 공연했다.
올해엔 관객 대상을 1학년으로 좁혔다. 하지만 학교 수는 더 늘려 20개 학교 95개 학급에서 모두 19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연하고 있다. 영등포구엔 23개 초등학교가 있다. 올해 공연은 지난 9월 11일 서울영원초에서 시작해 12월 6일 서울대방초에서 끝난다.
하지만 맘마미아 배우로 나선 엄마들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연극을 본 아이들이 밥상머리 앞에서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다음은 이씨의 전언이다.
"엄마가 달달한 식품을 밥상에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연극이랑 생활이랑 왜 다르냐'고 말하기도 해요."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바로 충치맨 배역을 맡은 엄마가 문제다. 이 엄마는 공연 뒤 동네 아이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할 때마다 외면당한다고 한다. 아이가 안면을 싹 바꾼 뒤 얼굴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