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최초 자막 보도 캡처 사진
YTN
YTN이 최초로 보도했다는 9시 19분은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청와대, 국가정보원, 안전행정부가 모두 이 보도를 보고 세월호참사를 최초 인지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쟁쟁한' 국가기관들이 한 목소리로 9시 19분에 최초 인지했다는 주장은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단원고 학생이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119(전라남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한 시각이 8시 52분이고, 이 전화를 목포해경에 연결한 시각이 8시 54분이다. 세월호 선원이 제주 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5분이고, 세월호의 한 승객이 112(전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6분이다. 이렇듯 8시 50분대에 소방, 해경, VTS, 경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계속해서 목포해경은 9시 2분경 상황보고서 제1보를 발신하고, 9시 3분경 전남 119상황실은 핫라인을 이용하여 3함대 지휘통제실에 상황을 전파한다. 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9시 5분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보고를 받고, 9시 10분 해경에 중앙구조본부가 구성된다. 9시 15분 해작사(해군작전사령부)를 통해 합참(합동참모본부)과 국방부가 상황을 접수한다.
정리하면 9시 15분까지 소방, 경찰(이상 안행부 소속), 해경, VTS(이상 해수부 소속), 3함대, 해작사, 합참, 그리고 국방부가 모두 세월호참사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행부 소속기관인 119가 최초로 참사를 인지하였고, 역시 안행부 소속 기관인 경찰도 인지를 하였는데, 안행부는 TV에서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소속 기관인 119, 112로 신고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재난관리 책임기관 안전행정부. 또 한해 조 단위의 예산을 사용하고 청해진해운과는 오래 전부터 특수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정보기관 국가정보원.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모든 정보가 결집되는 곳이고, 심지어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 청와대. 이를 우리가 그대로 믿어야만 하는 것일까?
석연치 않은 YTN의 세월호 침몰 최초 보도여기서 생겨나는 또 하나의 질문. 그렇다면 YTN은 어떻게 최초로 보도를 할 수 있었을까? 참사 당일 오전 9시 13분경, 육상경찰의 한 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YTN 광주지국의 기자에게 전화를 하여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동생, 큰일 났네. 진도에서 500명이 탄 여객선이 조난당해서 침몰하고 있다네.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라는데 수학여행 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네. 한 번 알아보소." 경찰이 기자에게 전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에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이야기했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여겨진다. 또 경찰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사항을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흘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경찰의 최고 수장, 경찰청장이 참사를 최초 인지한 시각이 9시 29분이라는 점이다. 8시 56분경 세월호 승객의 신고로 상황을 파악한 전남 112상황실은 9시 7분경 전남청장(전라남도 지방경찰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하고, 전남청장은 9시 29분경 경찰청장에게 전화로 보고하였다고 한다.
YTN 기자에게 전화한 경찰간부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자신의 최고지휘부에게 보고도 하기 전에 언론사 기자에게 먼저 비공식적으로 흘린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청장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하여 "사실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답하였다.
정리하면, 9시 19분 YTN이 최초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경위 자체가 일단 석연치 않다. 그리고 그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보도된 속보를 보고 참사를 최초 인지하였다는 청와대, 국정원, 안행부의 주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오전 8시 35분: 청와대 상황보고서에 적혀 있는 사고발생 시각또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에는 인상적인 '시각'이 하나 등장한다. 이 시각은 조작 전의 보고서이든 조작 후의 보고서이든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바로 사고 일시가 2014년 4월 16일(수) 8시 35분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