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조합원과 함께 구호외치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10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51일차 총파업 집회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MBC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권우성
지난 2012년 2월 17일 장충체육관에서 당시 파업 중이던 MBC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방송인 김제동, 김미화, 가수 이은미와 강풀, 김어준, 주진우 등 유명인들이 함께 한 이 자리에 나도 한 자리 끼어 무대에 올랐다. 그런 자리에 낄 만큼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영향력도 없지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파업에 나선 방송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MBC노조는 그해 무려 170일간에 걸친 파업을 했다. 파업을 마무리할 때 노조원들은 그 정도로 뜻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고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김재철은 건재했고 그를 비롯한 경영진은 파업이 끝나자마자 노조원들에 대한 철저한 복수와 응징에 돌입했다.
파업 종료를 선언한 그날 밤 대규모 인사 발령을 통해 50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취재와 제작 일선에서 벗어난 엉뚱한 외부 부서로 전출되었다.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스케이트장 관리를 해야 했고 이른바 '신천교육대'라 불리던 신천역 근처 MBC아카데미에 강제로 소집되어 브런치 만들기, 요가 연습 같은 교육을 받아야했다.
심지어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강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추방'과 '격리' '왕따'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SNS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만화를 그려 올린 PD가 해고되었고, 국정원 댓글 공작을 취재하려 한 기자, 세월호 보도에 항의하던 기자들은 징계받거나 방출되었다. 파업 가담자들이 빠진 자리는 졸속으로 채용된 시용기자, 경력기자들이 채웠다.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는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 심층 취재보도나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가장 높은 신뢰를 얻었던 MBC의 위상은 속절없이 추락을 거듭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촛불 광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MBC로고를 가려야 했을까. KBS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며 벌인 온갖 공작과 추태에 대해, 해직되고 방출되며 거리로 쫓겨난 언론인들에 대해 굳이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이 꼭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