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주 학술대회신숙주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27일 한글박물관에서 열렸다.
신향식
외교 인재 적극적 양성하고 적재적소 배치해야박 소장은 "신숙주가 말한 내수외교론, 즉 외교 인재의 적극적인 양성과 적재적소 배치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로 세종시대의 외교 인물인 박안신을 들었다. 그는'7년 묵은 중병을 치료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3년 묵은 쑥(三年之艾)을 준비해야 한다'는 세종실록 문헌을 들며 '3년 묵은 쑥'으로 비유되는 외교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를 위해서 중국과 일본과 미국을 갖추 아는(備諳) '외교인재 300 프로젝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이라도 젊은 인재를 선발해 국비 장학생으로 이들 국가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신숙주가 외교에 힘써 온 다른 인물들과 달리 <해동제국기>를 집필하고 거기에 자신의 외교철학을 개진한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예(李藝, 1373∼1445)와 더불어 15세기 조선 외교의 중심인물이라고 평가 받는다. 두 사람은 특히 복잡하고 위험한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간 전문 외교관인데, 이예는 15세기 전반부를, 신숙주는 후반부를 이끌어간 대표 인물이다. 이예가 1400년부터 1443년까지 무려 40차례가 넘게, 거의 매년 한 차례씩 현해탄을 건너가 667명의 포로를 송환해 온 것처럼(세종실록 27/2/23), 신숙주는 16차례 가량 일본과 명나라와 여진족 거주 지역을 오가며 외교와 전쟁의 임무를 수행했다.
신숙주는 세종과 세조의 명을 따라 '내수론' 외교정책 기조, 즉 '신뢰에 기반한 교린'이라는 원칙에 따라 일본 및 여진족 외교를 했다. 그는 일본이나 여진족을 대하는 외교의 요체로 '내수'를 들었다. "오랑캐를 대하는 방도는 겉모양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있지 않고 안을 잘 정돈하는 데 있고, 변방 방어에 있지 않고 조정(朝廷)을 잘 이끄는 데 있으며, 군대를 튼튼히 하는 데 있지 않고 기강을 잘 세우는 데 있다[待夷狄之道 不在乎外樣 而在乎內修, 不在乎邊禦 而在乎朝廷 不在乎兵革 而在乎紀綱]"는 <해동제국기>의 기록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군사력 기반으로 한 대외정벌은 역효과 초래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대외 정벌이 아니라 국가 기강을 다지고 조정을 잘 통솔하는 것에서 외교 능력이 생긴다는 이 말은 현대의 외교정책 이론과도 잘 부합한다. 즉 뛰어난 외교관은 자국의 국력 요소들 중 활용 가능한 것을 잘 조화시키는 사람인데, 사용 가능한 국력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질(quality of government)'이다.
'정부의 질'은 특정 외교정책에 관한 초당적 협력과 함께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연한 힘(soft power)'인데, 이는 국방력이나 경제력 혹은 지정학적 위치와 같은 '경직된 힘(hard power)'보다 외교력을 결정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