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벼베기 축제, 벼는 며칠만에 거둬들일까?

교토 이나리다이샤 신사 누키호사이 축제를 찾아서

등록 2017.10.26 09:08수정 2017.10.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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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낮 교토 남쪽 이나리다이샤 신사에서 열리는 누키호사이 벼베기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이날 이나리 다이샤 신사에서는 신사 본전에서 신들에게 수확을 감사하는 의례를 올리고, 신사에 있는 논에 가서 벼를 벱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본전에서 거행하는 축제 의례의 일부입니다.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춤을 추고 복을 기원합니다. 사진 왼쪽은 제물입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본전에서 거행하는 축제 의례의 일부입니다.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춤을 추고 복을 기원합니다. 사진 왼쪽은 제물입니다.박현국

쌀로 밥을 짓습니다. 쌀은 볍씨를 물에 불려서 땅에 씨를 뿌려서 어느 정도 자라면 다시 논에 옮겨심습니다. 이것을 모내기라고 합니다. 모가 자라면 나락이라고 합니다. 나락이 자라면 벼가 익고, 벼가 익으면 밑둥을 잘라서 거둬들입니다.


거둬들인 벼를 잘 말려서 볏짚에 달린 벼를 털거나 훑어서 나락을 얻습니다. 나락을 말려 보관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껍질을 벗기는 정미를 하여 쌀을 얻습니다.

교토 이나리다이샤 신사에서는 해마다 볍씨를 못자리에 뿌리면서 파종 제의(水口播種祭, 4월 12일), 모내기를 하면서 다우에 제의(田植祭, 6월 10일), 벼를 벨 때는 누키호사이 제의(抜穂祭, 10월 25일), 나중에 추수를 신에게 감사하는 의례로 니나메사이 제의(新嘗祭, 11월23일)를 엽니다. 이 때는 신사에 있는 논에서 수확한 쌀로 밥을 지어서 제물로 신에게 올립니다.

벼는 땅에 볍씨를 뿌린지 두 달만에 모내기를 하고, 모내기를 한 뒤 넉 달 반 만에 벼를 거둬들였습니다. 처음 볍씨를 땅에 뿌린지 여섯 달 보름, 186일만에 수확을 했습니다. 벼나 과일처럼 열매를 거두는 농작물은 반 년 이상 걸려야 먹을 수 있습니다.

            신사 뒤에 있는 논 옆에서 춤을 추면서 벼베기를 하고 있습니다.?
신사 뒤에 있는 논 옆에서 춤을 추면서 벼베기를 하고 있습니다.? 박현국

이나리다이샤 신사에서 볍씨를 뿌리거나 모내기를 하거나 벼 베기를 하면서 축제를 하는 것은 벼 농사가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요즘 벼농사는 대부분 이양기, 콤바인 등 기계를 이용하거나 제초제나 살충제를 뿌리면서 짓습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가 자리 잡은 교토 남쪽 후시미는 교토 사람들이 먹는 쌀이나 푸성귀를 가꾸는 곳이었습니다. 오래 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때에 따라서 이나리다이샤 신사 신에게 농사의 풍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수확을 한 다음 그 신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농사를 짓는 방법도 바뀌었고, 주식으로 쌀로 밥을 지어서 먹는 사람들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가 개입하여 농산물이나 공산품의 무역량이나 생산비를 고려하여 특정 물건을 강제하기도 합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도리이 터널로 유명합니다. 산 아래에서 산 위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도리이 터널로 유명합니다. 산 아래에서 산 위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박현국

이제 이나리다이샤 신사 둘레에 농사를 짓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되어 도시 한 가운데 자리잡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둘레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거의 없고, 논이 없지만 벼농사와 관련된 축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축제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바뀌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이상 농사를 짓지 않지만 여러 나라의 관광객이 찾아 오고 있습니다.

신사의 축제가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바뀌었습니다. 축제에는 신사 직원들이 거행하는 신을 위한 전통적인 몸짓이 있고, 신을 위한 춤이 있습니다. 이러한 축제의 몸짓이나 춤동작을 통해서 관광객들은 일본 문화의 한 쪽을 엿보기도 합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입구 도리이와 문 건물, 본전입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입구 도리이와 문 건물, 본전입니다. 박현국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나라선 보통 전차를 타면 두번째 역이 이나리역입니다. 이나리역 바로 앞이 이나리다이샤 신사입니다.
참고 누리집> 이나리다이샤 신사, http://inari.jp/, 2017.10.25
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 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누키호사이 축제 #이나리다이샤 신사 #교토 #벼농사 #벼베기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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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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