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수련활동의 훈련 모습백사장에서는 래프팅을 준비하고 있고, 왼쪽 솔숲 안에서는 인명 구조법에 대한 이론수업이 한창이다.
서부원
해양 수련원 입구에는 여전히 수많은 노란 리본이 펄럭이고 있었다. 여러 학교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수련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등의 다짐을 써서 매단 것으로 보인다. 노란 리본은 건물의 정면에 걸려있는 '스스로, 더불어, 안전하게'라는 글귀보다 수련활동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훨씬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도착해 국민의례와 선서로 이어지는 '뻔한' 입교식이 치러질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학교를 벗어나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신 나 했고, 교사들 역시 아이들과의 짧은 여행 정도로 여겼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낮엔 물놀이를 하고, 밤엔 현란한 조명 불빛 아래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이어질 테다.
만나자마자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 나타나 '군기'를 잡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하라고 아이들을 을러대곤 했다. 순간 어리둥절한 아이들이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수련활동은 으레 군대식 훈련 같은 거라는 걸 시나브로 깨닫게 되었다. 옷은 더러워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도 재미없는 학교 수업보다야 백 번 낫다면서 되레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연신 구르고 뒹구는 동안 '남자다움'이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그 흔한 '열외'도 없고, 혹여 누군가 포기하거나 중도에 낙오하게 되면, 은근슬쩍 친구들끼리 따돌리기도 했다. 그렇듯 '빡쎈' 훈련 과정에서 우정과 의리가 싹튼다고 여겼고, 누구도 그걸 부정하거나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 그다지 오래지 않은 과거의 경험인데, 아무튼 그땐 그랬다.
내용도, 모습도 확연히 달라진 수련활동그런데, 험상궂은 얼굴에 빨간 모자도 없었고, 쩌렁쩌렁한 구령도, 얼차려도 없었다. 대신 현재 감기를 앓고 있거나 차가운 바닷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 등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어쩌면 당연한 조처이지만, 예전엔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아이들도 일괄적인 강제가 아니라 희망자를 받아 실시하는 수련활동의 분위기에 반색했다.
덩달아 내용도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엔 해양 수련활동이라고 하면, 물놀이를 겸한 단체 래프팅과 모래밭에서 펼쳐지는 학급 대항 운동 경기가 고작이었다. 또, 교관이 수영 시범을 보이며 여러 가지 영법을 이론 수업하는 정도가 야외 활동의 전부였다. 수학여행처럼 관행화한, 말 그대로 바닷가에서 하는 단체 활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고무보트를 이용한 30분짜리 단체 래프팅을 제외하고는 관행처럼 실시해온 다른 '놀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수상 사고 인명 구조법'과 '생존 수영법' 등과 같은 재난에 대비한 실제 훈련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수련활동이 사뭇 '진지해졌다'고나 할까. 고백하건대, 배구공이라도 몇 개 챙겨가야 하나 두리번거렸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결코 형식적이지도 않았다. 선발된 한두 명이 시범을 보이고 나머지 아이들이 '관람'을 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희망자 모두가 직접 해보도록 운영되었다. 교관들은 구명조끼에 끈이 풀려있는 것조차 대충 넘기지 않을 정도로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활동하는 아이들을 줄곧 따라다니며 현미경 들여다보듯 살폈다.
구명조끼 찾아 정확히 착용하는 게 가장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