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창녕향토음식경연대회대회당일 현장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버너 사용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강상오
지난 22일 일요일, 나는 내 인생 두 번째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2015 익힌 토마토 쿠킹 콘테스트(관련 기사:
파스타는 싱겁고, 전은 타고... '멘붕'이 왔다)'에 참가하고 2년 만이다. 나에게 두 번째 요리대회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도전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평소 나는 스스로를 '야매셰프'라 칭하며 집에서 내 입에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블로거'이기 때문에 나의 요리 일기를 블로그에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만드는 요리라고 해봐야 보통의 집에서 해 먹는 집밥 수준, 그리고 일반 자취생들 수준 정도다. 이런 내가 요리대회에 자꾸 나가다니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2년 전 요리대회는 우연한 계기로 출전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토마토 한 상자를 5천 원에 구매했다며 집 냉장고에 토마토가 가득 들어 있어 그걸 해치우기 위해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를 이것저것 만들어보게 됐고 그 기록들은 고스란히 블로그에 기록됐다. 그 기록들이 내게 요리대회 출전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번에 내가 출전한 요리 경연대회는 경남 창녕군 '화황산' 일대에서 열린 '우포누리 축제'의 한 프로그램이었다. 벌써 8회를 맞이한다는 '창녕 향토 음식 경연대회'였는데 우연히도 창녕의 특산물 중에는 '토마토'가 있었다. 나에게는 이미 토마토 요리대회 출전을 하기 위해 토마토를 이용한 여러 가지 레시피가 있었기에 그중 2가지를 골라 서류를 냈고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후 알게 됐는데 총 43개 팀이 전국에서 서류를 냈고 그 중 상위 20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고 한다. 나름 나의 토마토 요리 아이디어가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2년 전 요리대회 출전 이후 나는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점점 그 일에 집중하면서 집에 귀가하는 시간도 늦어졌고 칼을 손에 안 잡은 지도 꽤 지났다. 집에서 밥 먹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렇게 나에게 단지 '취미'일 뿐이었던 요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던 중 지역의 행사나 축제 소식 등을 찾아보고 내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던 중 요리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다시 한번 대회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요리대회가 잡혀 있는 주말, 우리 회사에 일이 들어왔다. 인원수가 아주 적은 스타트업이라 사람 한명 한명이 귀한 우리 회사이기에 그래도 회사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요리대회 출전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대회 출전과 관련해 몇 차례 대회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장려상 확보'라는 말에 일을 다른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경연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회 당일 11시까지 접수 마감이었는데 거의 딱 맞게 현장에 도착했다. 축제가 진행되는 현장이라 주차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대회 참가 차량이라는 표식을 미리 보내주기에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대회장 근처에 잠시 차를 세우고 짐만 내리고 다시 차를 빼라고 했다. 그렇게 짐만 내리고 주차를 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을 몇 바퀴나 돌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주차 관리 요원 한 명에게 행사 차량 주차공간은 따로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고 나서야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한 학교 운동장 주차장에 자리를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조차도 없는 주최 측에 아쉬움이 컸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경연장으로 가니 다른 참가자 19팀이 가운데 전시 테이블이 미리 만들어온 음식을 아주 멋지게 전시해놓고 있었다. 뭔가 싶어 관계자분에게 여쭈었더니 미리 요리를 만들어 와서 전시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사전에 음식 사진도 찍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오늘 요리를 미리 준비해와야 하는지 전달받지 못했다. 사전에 받은 공문에는 '전시 분야'와 '현장 경연 분야'가 따로 진행되는 걸로 표기가 되어 있었고 엄연히 분야가 다른 거라 생각했다.
대회 담당자와 나는 둘 다 당황하면서 어쩔줄 몰라 했다. 나는 준비된 게 없으니 나중에 경연 때 만든 요리로 사진 찍고 전시도 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담당자는 지금이라도 만들어서 전시를 해달라고 했다. 현장에는 겨우 버너와 도마만 준비되는 야외 경연대회라 재료부터 그릇까지 모두 참가자가 준비해와야 했기 때문에 나는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딱 1회분의 재료만 준비했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의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가 책임자분과의 전화 연결 후 '감점'받고 전시 없이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회사 일도 미루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기 위해 멀리까지 달려갔는데 주차때문에 한번 짜증나고 시작도 하기전에 감점 당하고 기운이 쭉 빠졌다.
열심히 만든 요리...젓가락 조차도 들지 않은 심사위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