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빚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비즈니스북스
작정하고 확증 편향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골라 들었음을 인정해야겠다.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어줍잖게 전망하길, 부동산 경기가 그렇게 낙관적일 것이라 생각지도 않지만, 더 솔직한 심정은 내 성향이 빚 앞에 대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언젠가 피치 못하게 빚을 지는 일이 올지도 모르나, 적어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그걸 택하지 않겠다. 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 엄마를 설득할 언어가 필요해서 펼친 책이 바로 이것이었다.
두 명의 공저자(아래 저자) 모두 한때 빚 때문에 인생을 끝낼까 생각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적 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 경험들과 오랜 시간 재무상담을 해온 결과를 토대로, 처음부터 빚지지 않는 가계 재무구조를 만들고, 이미 빚을 졌다면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들이 주시한 현 상황은 이렇다.
"우리 사회가 '빚 지고 사는 게 정상'인 것처럼 빚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습관적으로 빚에 노출된 삶'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책에 언급된 바, 2015년 8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빚내서 집사라'는 식으로 가계 부채를 급증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며칠 뒤, "개인의 경제 행위는 개인이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LTV(Loan To Value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결국, 정부가 무슨 정책을 냈건 빚진 것은 개인의 선택이요, 책임이라는 것이다.
국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소비 심리를 진작시켜야 했고, 국민이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으니 빚을 내기 쉽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러나, 유혹에 이끌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앞에서, 빚 권하던 사람들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당신이 부채에 신음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 "도덕적 해이"라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빚을 갚을 능력이 되는지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면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로 간주해서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방적으로 빚진 사람의 책임만을 따진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빚잔치판의 민낯이다."고로, 빚 권하는 세상 속에서도 그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혹시 이미 빚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쉽게 빠져 나올 방법을 알려줄 수 있도록, 책은 구체적인 사례들과 전망들을 제시하며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신용카드와 할부에 일찍부터 익숙해진 사람들은 빚에 둔감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출이자가 낮으면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주택담보대출은 10년에서 길면 30년까지 가는 장기적 일인데, 그 긴 시간의 현금 흐름에 대한 계획 없이 거액의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다고.
자신과 가족의 라이프 사이클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지 않고 덜컥 빚을 졌다간, 부채의 폭탄을 키우는 셈이므로, 꼭 대출을 받아야 할 때는 수입이 없어질 시기까지 멀리 내다보고, 국제적 환경도 고려할 것을 권한다.
햇살론,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정부가 내놓는 정책금융도 빚은 결국 빚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인다. 고리의 대출로 고통받고 있을 때는 정부가 내놓은 저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줄어든 대출 이자를 소비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