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한 구두를 신고 북카페에 왔다
이상옥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성의 수선공은 우선 말이 많았다. 이 구두는 굉장히 좋은 거라고 하며, 과도하게 굽뿐만 아니라 밑창도 갈게 유도했다. 물론 성실하게 일하는 분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장인이라는 느낌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럴까. 중국 정주에서 만난 구두 수선공 노인 분은 얼굴을 보자마자 '아, 장인이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무한 신뢰를 느끼게 해주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중국 정주의 구두 수선공 노인
수선이 가능하냐고 물을 때 그냥 커이(可以), 가능하다고 한 마디만 했는데도 그 말을 들으니 아, 고치면 되는가 보다는 믿음이 생겼다. 구두 밑창도 보완하자고 해서 역시 그래 주시라고 했다. 구두 굽도 통째로 갈지 않고 조금 덧대어 주었다.
수선비를 물으니, 20위안이라 해서 두 말 않고 드렸다. 중국에는 값을 깎아달라 하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이 도무지 생기지 않았다. 그 분의 말이니 그 가격이겠거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선한 구두가 너무 마음에 들어 즐겁게 신고 다닐 듯하다. 아마, 장인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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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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