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MBC 아나운서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영광
- 어제(16일)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을 검찰에 고소했어요. 8월 기자회견 하고 2개월만인데 이 시점에 고소한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인데요. 추석 바로 직전에 고용노동부가 발표를 냈습니다. MBC가 기자, PD, 아나운서를 스케이트장이나 주조정실인 MD 등 업무와 상관 없는 엉뚱한 부서로 발령낸 것에 대해, 대표적인 부당노동 행위라고 간주한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국정원 문건 논란이 터졌잖아요. 또 어제 아침 김재철씨가 국정원 직원을 만나 문건 내용을 전달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기사로 나왔죠. 이런 일련의 상황이 있었던 거죠. 갑자기 고소를 준비한 건 아니라 한 달 이상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신 국장이 법대로 하라고 했고요. 지금이 적당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 그럼 8월엔 고소할 생각이 아니었어요?"그땐 고소까지 생각할 시점은 아니었죠. 그러나 신 국장이 전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김장겸 사장을 포함한 6명이 기소된 상태잖아요. 그 다음이 실무자 국·부장, 그 체제에서 열심히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던 사람들 차례였죠. 노조에서도 실무자들 고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신 국장이 가장 먼저 고소를 당한 거죠."
- 기자회견에서 "신 국장은 또 아나운서 국원들이 부당전보자들과 교류를 하는지, 아나운서 노조원들의 동향은 어떤지 등을 지속해서 살피는 등 MBC 내에서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사찰도 자행했다"고 주장했어요."최근 노조원들이 만나면 신 국장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이 사람이 국장실에 개별적으로 사람을 불러서 저를 포함해 밖에 나가 있는 이들 11명을 만난 적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누가 가장 삐딱한 마인드를 가졌는지, 노조가 파업할 것 같은 움직임이 있는지 등을 수시로 질문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나운서국에 있는 사람하고 바깥에 나와 있는 사람의 교류조차도 사찰하고 아나운서 중에도 누가 노조와 관련해 강성인지 등을 지속해서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 사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도처에 CCTV가 있거든요. 출근에서 퇴근까지 늘 감시 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회사가 하나의 수용소란 생각을 했어요."
- 피구를 하다 배현진 아나운서를 맞혀 인사 조처를 당하셨다면서요?"저희 파업이 2012년 7월에 끝났잖아요. 그날 밤에 파업 참여자들이 대대적으로 발령 났을 때 저도 일산 MBC 사회 공헌실로 발령 났어요. 그때만 해도 두세 달 있다가 아나운서실로 갈 줄 알았어요. 심각하게 생각 안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진 거죠. 그 다음 4월에 부당전보 무효 판결이 났잖아요. 그래서 아나운서실로 발령이 난 거예요. 다시 여의도로 갔죠.
생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순진한 생각을 한 거죠. 국정원이 관련돼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저희를 철저히 배제해서 영구 퇴출 시키려 했던 것 같은데, 그걸 모르고 다시 모였으니 옛날처럼 재밌게 생활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때 연합회장을 하던 시절이에요. 열심히 연합회장 일을 하고 있었고 방송은 안 시킬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합회장이라서 아나운서 국장과 긴장 관계가 있잖아요. 연합회는 권익 보호 같은 일을 하잖아요. 심하게 부딪힌 적은 없었는데 삐딱한 건 있었죠.
그러다 1년 지났어요. 배현진, 양승은, 최대현 등 파업 중 올라간 아나운서들과 거리는 있었죠. 때문에 아나운서국 차원에서 화합을 도모하려고 한강 둔치에서 체육대회를 한 거예요. 그때 피구를 했죠. 당시 김철진 편성 본부장도 왔어요. 아나운서국이 편성 본부 소속이거든요.
피구를 하는데 저는 바깥 라인에 있었고 김 본부장이 저에게 토스를 한 거예요. 바로 앞에 배현진씨가 보였어요. 일부러 배현진씨를 맞히려던 건 아니고, 앞에 보였어요. 굳이 피해서 다른 사람를 맞히는 것도 부자연스럽잖아요. 그래서 다리를 맞혔어요. 맞히고 나니 뭔가 어색한 분위가 있더라고요. 그 뒤 일주일 후 발령이 났어요. 전 발령 났을 땐 피구와 관련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지금 와서 보면 단순히 그것만으로 발령 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것도 작용했을 거로 생각해요."
- 오비이락일 수도 있나요?"오비이락 같지는 않아요. 양치 사건도 그렇고 피구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아나운서연합회장 하며 불편한 존재였고, 더구나 파업으로 찍히는 등 신 국장에겐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텐데 그때 본부장 앞에서 (배현진씨를) 맞히기까지 했으니까. 그때가 인사철도 아니고 아나운서국에서 저만 주조정실로 발령 났거든요."
"부당전보, 머리가 쭈뼛쭈뼛 설 정도로 모욕적 경험" - 주조정실 생활은 어땠어요?"조금 힘들어요. 5교대로 5일에 한 번씩 밤을 새워야 해요. 저희에겐 생소한 일이죠.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에요. 전 기계와 안 친한데 전부 기계로만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발령을 낸다면 다른 데로 낼 수도 있을 텐데 한학수, 김재영, 조능희, 이근행, 김민식 PD를 왜 주조로 보냈겠어요? 거기는 사람과 교류하기가 힘들거든요.
근무가 하루는 7시 출근 5시 퇴근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6시 퇴근이잖아요. 한 시간 기다려서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요. 피곤하고 무력감이 들어요. 즐거워야 사람을 만나죠. 그 다음 날은 오후 5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7시에 퇴근해요. 거의 종일 방송이라 방송을 안 할 때가 새벽 한두 시간밖에 없어요. 쪽잠 자지만 거의 날밤 새우는 거죠.
아침 7시면 파김치가 돼요. 그러면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이틀을 쉬어요. 쉬는 날은 회사 사람들 안 만나잖아요. 쉬거나 개인 생활하죠. 이건 주말도 상관없고 연휴도 상관없어요. 닷새 텀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 아나운서잖아요. 자괴감이 들었을 것 같아요."네. 그랬죠. 그래서 발령받은 날 밤에 머리가 쭈뼛쭈뼛 설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뭔가 무너진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저녁에 발령 나서 밤에 선후배가 위로 전화하는데 일절 안 받았어요. 전화 받아봤자 뻔하게 잘 버티라는 거죠. 받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날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일체 사람을 만나고 싶은 의욕이 없었어요."
- 어떻게 버티셨어요?"버텼다기보다 하루하루 산 거죠. 제가 3년 전에 정치학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가 논문 막바지로 제일 열심히 해야 할 때였어요."
- MBC 떠날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네. 이런 생각은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노조원들도 비슷하게 말하는데 지난해 촛불 없었으면 MBC의 터닝 포인트도 없을 거예요. 전혀 보이지 않았잖아요. 그러나 그 이후 대통령도 MBC 개혁에 대한 의지를 많이 피력했죠.
박근혜 정부 아래선 점점 상황이 좋지 않아져서,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떠날 생각도 했었죠. 5년을 또 어떻게 버티겠어요? 지난 5년도 아주 넌더리 나거든요. 저는 주조에 6개월밖에 근무 안 했어요. 그해 10월 뉴미디어국 온라인 편집부로 발령 나서 지금까지 3년 됐죠. 6개월 만에 나왔는데 주조에 있던 6개월이 지금까지 3년보다 더 길었어요."
- 모욕감도 많았을 거 같아요."굉장히 심했죠. 사람들과 거의 차단된 생활이잖아요. 친구도 만나기 싫었어요. 만나면 요즘 무슨 일 하냐고 묻잖아요. 사람들이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길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사람도 잘 안 만나게 되니 점점 더 위축되고, 다운되고. 어쩌다 퇴근길에 동료나 후배 아나운서 있으면 일부러 안 마주치려고 돌아갔어요.
돌아갈 때 제 심정이 '내가 왜 후배를 피하고 돌아가야 하나'는 거죠. 저를 괴롭히는 신동호도 아니고 마주쳐서 같이 얘기할 힘이 없는 거죠. 지금은 파업하고 동료들도 자주 만나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어요. 그러나 두 달 전만 해도 매너리즘에 오랫동안 지칠 대로 지쳐서 아주 친한 사람 아니면 잘 안 만났어요."
- 주조 2개월 만에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았어요."저에게 R등급 준 사람이 동기였어요. 전 4월 말에 발령 났어요. 상반기 인사 평가는 1월부터 6월까지예요. 주조에선 2달이에요. 인수인계와 교육받고 6월 한 달은 사고도 안 냈어요. 그러나 편성부에서 저만 R등급을 받은 거예요. 저만 쫓겨온 거잖아요. 저는 부당 발령 난 거니까 동네북이죠. 동기에게 R 받는 것 또한 경험하지 못한 기분이죠."
"떠날 생각도 했지만... 아나운서국 재건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