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통제법 개정의 주역 문창수 예비역 대령
구영식
"그동안 미국이 바가지 씌우는지도 몰랐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미국이 무기를 수출하기 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으로 무기가격의 3.1%를 부담시키고 연구개발비 약 5%를 부담시켰는데 그동안에는 이 비용들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다 준 것인가? "그렇다. 그동안 미국이 바가지 씌우는지도 몰랐다. 당시 <연합뉴스>가 '국방부 바가지 쓰고 무기 구매, 바가지 쓴 돈 일부는 환수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딱 맞는 소리다. 3.1%와 5%, 1.7%가 큰 비용이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금액이다. 만일 1조 원짜리 무기면 군수지원비용(3.1%) 310억 원과 비순환비용(약 5%)인 500억 원에다 계약행정비(1.7%) 170억 원 등 980억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는데도 방어할 무기가 없다'고 탄식한 것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여기에 수송비용과 포장비용, 행정비도 추가적으로 붙는다. 그럼 'FMS 말고 DCS로 구매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업체도 FMS와 같은 비용부과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F-35와 같은 첨단무기는 FMS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서 미국을 원망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도 프랑스의 무기판매 정책을 모방했다. 우리도 미국의 무기판매제도를 모방하면 대통령이 고민하는 상당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무기판매와 구매사업은 미국처럼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모든 부서가 핵심기술을 개발해 무기나 민수용 제품에도 적용하면 된다(Spin-Off & On). 양산된 무기나 제품은 한국군에 조달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수출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처럼 미군 조달원가에 각종 부수비용을 붙이고 수출 전에 수출 기술과 무기 판매의 적합성 여부를 심의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미국도 불협화음과 비리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무기 장사꾼이 되었고, 무기산업이 민수용에도 적용되는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여기에다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산업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를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기 가격 외에 한국이 차별받는 조항은 무엇인가?"국가별 등급에 따라 살 수 있는 무기가 있고, 살 수 없는 무기도 있다. 한국의 경우 1400만 달러 이상인 무기와 기술은 의회에서 30~50일 심의를 받는 반면 NATO+3국은 2500만 달러 이상인 무기와 기술은 의회에서 15일만 심의를 받는다. 거의 모든 첨단무기와 기술이 1400만 달러 이상이다. 즉 모든 첨단장비와 기술 도입시 비싸게 사야 하고 팔지도 않으며, 도입해서 전력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도입한 무기와 기술을 제3국에 수출하려고 해도 까다로운 의회승인 절차가 있다. 더 한심한 것은 그동안 우리는 바가지 여부를 검증할 필터도 없이 바가지를 써왔다는 사실이다."
"NRC는 6개 사업, 군수지원비는 11개 사업에서 문제 있었다" - 사업추진 지침을 하달해서 점검해보니 어땠나?"NRC는 6개 사업, 군수지원비용은 11개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다. 화생방물자, 훈련표적기부속, 함정위성항법장비 등이 있었는데, 백두·금강사업이 가장 많았다. 이런 무기들을 구입할 때에는 바가지 쓰지 않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바가지 안 쓰고 제대로 받은 것도 있고, 바가지 쓴 것도 있었던 것 같다."
- 그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인가? "실무자가 똑똑하면 면제받고, 모르면 바가지 쓰는 것이다. 바가지 쓰는 것도 모르게 비싸게 사는 것이다."
- NRC와 군수지원비용 외에 다른 문제점들도 찾았나? "추가로 조사해 보니 불평등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첨단무기를 사와야 하는데 미국이 안파는 것이다. 2500만 달러 이상 첨단무기의 경우 나토+3국에는 15일의 심의기간을 거쳐 바로 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 심의기간도 길고, 그에 따라 전력화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중요군사장비 구매는 물론 구입한 무기와 기술을 제3국에 이전하는 조건에서도 우리나라와 나토+3국에 차별을 두고 있다."
- 한국은 심의 기간이 얼마나 되나? "우리는 C급 국가여서 미 의회에서 심의하는 데 30일-50일 걸린다. 게다가 나토+3국은 25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를 15일 만에 심의하는데 우리는 1400만 달러 이상이다. 우리한테는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못 사왔다. 그리고 계약행정비(CAS, Contract Adminstration Service)라는 것도 있다. 나토+3국에는 무기가격의 0.2-1.05%를 계약행정비로 부과하는데 우리한테는 1.7%를 부과한다."
- 계약행정비는 무슨 명목인가?"미국이 무기를 팔려면 각 나라에 무기 판매 요원들이 있어야 하고, 사무실도 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품질보증과 검사비용도 여기에 포함된다."
- 그런 비용은 물건(무기)을 팔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아닌가? "미국은 무기를 미군 무기 조달원가로 주는 대신 부가비용은 니들이 내라는 주의다. 이익도 없고 손해도 안 보고(No profit, no loss)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FMS의 기본정책이다."
- 품질보증도 물건(무기)을 파는 쪽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미국은 무기를 미군 조달원가로 파는 대신에 계약행정비를 포함한 부가비용을 상당히 청구한다. 미국은 포장비, 행정비, 수송비, 군수지원비용, 계약행정비용, 연구개발비용으로 세분화해서 구매국에 상당한 부수비용을 청구한다."
- 그런데 미국은 왜 무기를 원가로 주나?"미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미국 무기를 사가면 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당연히 미군은 더 싸게 무기를 구입할 수 있고, 무기를 많이 생산하니까 군수산업이 팽창한다. 한마디로 '다다익선'이다. 프랑스의 라팔이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내걸고 한국이 손익분기점만 넘겨서 무기를 사가라고 제안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글로벌 호크를 팔지 않은 이유